끝 안보이는 北核… 벼랑끝 전술에 먹구름

입력 2015-04-02 02:24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군수기계공장을 방문해 새로 제작한 경비행기 이착륙 시험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도했다. 김 제1비서가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계기판을 조작하는 모습(작은 사진)도 실었다. 북한이 김 제1비서가 비행기를 직접 조종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은 지난해 12월 30일 조선중앙TV가 방송한 기록영화에 이어 두 번째다. 군 당국은 "우리 군이 한국형 전투기(KF-X)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해 본격 개발에 착수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핵 협상’이 북핵 문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북한이 ‘핵·경제건설 병진 노선’ 지속과 핵무기 보유 노선을 고집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거기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아직 ‘불량국가’ 북한과의 포괄적 핵 협상에 나설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北, “핵 포기 카드 반대급부로 얻을 게 없다(?)”=대표적인 ’반미 동맹국’이던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과정·단계·수준에서 매우 흡사하다는 게 핵 전문가들의 평가다. 심지어 북한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이란에 핵 기술을 전수해주기도 했다. 그런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핵무기 개발 중단 의지를 보이자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압박을 느끼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북한은 이란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기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까지는 기존 핵 협상 불가 노선을 밀고 나갈 것으로 보여서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할아버지(김일성 주석) 때부터 30년 이상 차근차근 실행해온 핵폭탄 보유 계획을 포기하기 위해선 그보다 더 큰 반대급부를 얻어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그런데 미국 또는 6자회담 당사국(한·미·중·일·러)과의 핵 협상에서 큰 이득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으로부터는 북한 체제 인정을, 남한으로부터는 경제 원조를 받겠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와 압박에서 벗어날 순 없는 상황이다. 또 북한 내부 체제 불안이 가속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대외 개방으로 정권 자체가 흔들리기보다는 문을 꽉 닫고 폐쇄 체제로 버티는 게 낫다고 판단할 개연성이 높다.

◇‘여력’이 없는 오바마 미국 행정부=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 협상이 빠르게 진전되던 올해 초 공화당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았다. 일부 공화당 중진 상·하원 의원들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미국 정권이 교체되면 무효화할 것”이라고 압박해서였다. 이번 협상이 마무리돼도 오바마 행정부는 험한 대야(對野) 협상을 남겨둔 셈이다. 만약 공화당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이란 핵 협상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이란보다 더 상대하기 어려운 북한과의 ‘빅딜’에 나서기보다 이란과의 핵 협상 ‘지키기’에 몰두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관계도 당분간 ‘한랭전선’=북핵 문제가 이처럼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남북관계도 지금보다 좋아질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다. 박근혜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여전히 대북 기조로 유지하고 있지만 그 전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올 경우’다. 우리 정부와 한반도 주변국, 나아가 유엔까지 가세해 압박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가 남북 화해 모드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 핵 협상으로 북한이 더 큰 위기에 몰리게 될 것이고 그러면 북한은 특유의 ‘벼랑끝 전술’에 더 집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