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의 전셋집에 거주하던 40대 직장인 조모씨는 최근 이 지역 114㎡ 아파트를 4억5000만원에 사서 이사를 갔다. 같은 단지 내 84㎡ 매물도 있었지만 3.3㎡당 매매가로 봤을 때 오히려 114㎡ 아파트가 60만원 정도 싸게 거래되고 있었다. 84㎡ 아파트는 4억1000만원에 매물로 올라와 있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 중소형 아파트의 단위면적당 매매가가 중대형보다 높게 책정되는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114는 지난 27일 시세 기준으로 서울 25개구 중 7개구에서 3.3㎡당 매매가격이 역전된 것으로 1일 집계했다. 송파구의 85㎡ 이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2287만원으로 85㎡ 초과 2104만원과 비교해 183만원이 높았다. 이밖에 동대문구(140만원), 동작구(124만원), 관악구(108만원), 금천구(84만원), 강북구(78만원)에서도 중소형 매물의 3.3㎡당 가격이 더 높았다.
전세난으로 실수요자들의 매매 전환 수요가 중소형으로 몰리면서 중대형 아파트와의 가격 격차가 빠르게 줄어든 영향이다. 서울 아파트 85㎡ 이하와 85㎡ 초과 간 가격 격차는 2014년 말 기준 3.3㎡당 395만원으로 조사됐다. 2008년 629만원 이후 계속 감소 추세다. 동대문구의 K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중소형 매물은 나오는 대로 거래가 바로 이뤄지지만 중대형은 잘 팔리지 않자 가격을 대폭 낮춰서 내놓고 있다”며 “전세 물건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과 1∼2인 가구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집을 선호하면서 중소형 위주 거래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거래가 늘어나면서 3월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도 중소형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이 전날 발표한 지난달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에서 서울 아파트의 규모별 매매가격은 60㎡ 이하가 전월 대비 0.65% 오르면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60㎡ 초과∼85㎡ 이하가 0.49%, 135㎡ 초과가 0.42%, 85㎡ 초과∼102㎡ 이하 0.37%, 102㎡ 초과∼135㎡ 이하 0.35% 등의 순서였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평균 상승률은 0.36%였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실수요자 위주의 매수세가 확산되며 저가매물 소진 이후 가격 수준이 상승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에 중소형 아파트를 구하던 실수요자들이 중대형을 매수하려는 움직임도 일부 나타나고는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대형은 가격이 떨어졌을 때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크고, 환금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써브 조은상 팀장은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대에 더 넓은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이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소형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경우 중대형은 향후 주택 시세차익을 노리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작은 아파트가 맵네!… 일부 3.3㎡당 매매가 중대형 눌러
입력 2015-04-02 0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