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증후군

입력 2015-04-02 02:10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고집 센 백인 할머니와 중년 흑인 운전기사의 나이와 인종적 편견을 뛰어넘은 인간애를 그린 작품이다. 1990년 아카데미 작품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수작이다. 플롯은 71세의 고령인 데이지가 차를 몰다 사고를 내는 것으로 이어진다. 작품 전체에 깔린 노화를 둘러싼 에피소드를 노인 운전 미숙을 통해 끌어낸 것이다. 애덤 한프트 등 미래학자들은 2003년, 향후 고령운전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이를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신드롬’으로 불렀다.

국내에서도 고령운전 부작용이 심각하다. 고령운전자가 급격히 늘고 사고 발생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기준 서울 택시기사 8만7000여명 중 60세 이상은 45.2%, 65세 이상은 16%였다. 80세가 넘은 운전자도 81명이었다. 전국의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지난 10년간 1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는 10.3% 줄었다. 지난 7일에는 서울 은평구에서 83세의 택시기사가 사고를 내기도 했다.

고령운전자들의 판단력과 반응 속도, 순간 대처능력 등 교통상황 인지능력은 비고령자에 비해 크게 낮다. 이에 따라 일본 미국 호주 영국 등은 실버마크 부착, 면허 자진반납 권고, 면허 갱신기간 단축, 시력 및 청력의료증명서 제출 의무화 등 보완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월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이 정기 적성검사 때 고령자들의 인지기능검사를 추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노인단체 반발로 곧 철회했다. 나이에 따른 차별과 이동권 제약에 앞서 고령사회에 대비, 노인 친화적 교통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도 물론 일리 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손놓고 있으면 곤란하다. 광주광역시 북구가 고령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달부터 배포하는 ‘어르신 운전차량 인식 스티커’가 눈길을 끈다. 고령운전자를 배려하든 아니면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든 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