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발권력을 동원해 일반 기업이나 공기업 등에 빌려준 대출액이 15조원을 넘었다. 1994년 7월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세수 부족으로 정부가 재정을 조달할 여력이 부족해지면서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늘리는 등 정책자금 지원에 한은의 발권력이 자주 동원된 결과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발권력을 동원한 대출금은 15조3671억원으로 1년 전(9조2289억원)보다 66.5% 늘었다. 지난해 3월 정부의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3조4590억원을 정책금융공사에 저리로 대출해주고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대거 늘렸기 때문이다.
한은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발권력을 동원하는 제도인 금융중개지원대출은 2월 말 현재 11조9081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3% 늘었다.
이 때문에 발권력 동원 대출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월(15조884억원) 이후 처음으로 15조원대를 기록했다. 통화 가치 변화를 따지지 않고 비교하면 1994년 7월(15조6300억원) 이후 20년7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한은의 독립성이 미약해 툭하면 발권력을 동원했던 92년 9월의 17조6365억원이 발권력 동원 대출 잔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발권력 동원은 화폐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져 국민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금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한은의 발권력은 최대한 신중해야 하지만 최근 재정을 투입해도 되는 사안에 한은의 자금이 동원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한은 발권력 동원 대출 15조 돌파… 20년 7개월만에 최대 규모
입력 2015-04-02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