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경동화 전집 41권 펴낸 ‘가족의 힘’

입력 2015-04-03 02:58
41권짜리 구약성경 그림책 ‘함께읽는 성경동화’를 만든 이범석 집사 가족. 왼쪽부터 책에 대한 기획과 편집을 도맡은 김영란 집사, 휴학하고 잔심부름을 담당한 아들 은종씨, 재정적 지원을 감당한 이 집사가 그림책을 펼쳐보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천지창조, 아담과 하와, 이집트 총리가 된 요셉, 모세를 부르신 하나님, 기드온과 삼백 명의 용사, 삼손과 들릴라, 다윗 왕과 밧세바, 믿음의 여인 에스더, 성벽을 다시 쌓은 느헤미야….

최근 출간된 어린이 그림책 ‘함께읽는 성경동화’의 각 권 제목이다. 구약만 41권. 앞으로 나올 신약은 총 32권이다. 시중에 전집류 성경 그림책이 나온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투자비용 대비 이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 그래서 단권으로 출간되는 게 대부분이다. 게다가 이 책은 한 가족의 전적인 헌신으로 만들어졌다. 서울 강동구 열린비전교회에 출석하는 이범석(53) 김영란(53) 집사 부부와 아들 은종(25)씨 이야기다.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만난 이 집사 가족은 “어린이들에게 하나님의 올바른 뜻을 잘 가르쳐 참신앙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며 “성경동화책이 우리 아이들 신앙교육의 첫 번째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가족이 성경동화 출간에 올인하게 된 데는 김 집사의 영향이 컸다. 3년 전 정의여중 교목인 오정세 목사의 교회사 강의를 듣던 김 집사가 다음세대 신앙교육에 대한 비전을 품게 된 것. “2009년 남편이 중국 베이징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열심히 새벽예배를 다니며 하나님 일을 하고 싶다고 기도했는데, 비로소 응답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오 목사에게 글을, 30여명의 전문 작가들에게 그림을 부탁했다. 원고를 다듬고 편집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등 그림책에 관한 모든 걸 기획·편집한이가 김 집사다. 은종씨는 “어머니는 출판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없으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책 만드는 일까지 밤낮 없이 일하셨다”고 말했다. 책 출간을 위해 가족은 지난해 8월 ‘비전코람데오’라는 출판사를 설립했다. 은종씨가 대표를 맡았다.

재정적인 뒷받침은 이 집사의 몫. 처음엔 반대를 많이 했지만, 홀로 애쓰는 아내가 안쓰러워 어렵게 결단을 내렸다. “아내가 41권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영어, 중국어, 태국어로까지 책을 낸다고 하니 재정적 압박이 커졌지요. 게다가 10권의 그림책이 성경의 시대적 배경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사재를 턴 것도 모자라 대출까지 받았으니 갈등이 심했습니다. 그런데 기도 가운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퇴직금이나 집을 깔고 있으면 뭣하나. 어차피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땐 빈손일텐데…’. 홀가분해졌습니다.”

가족들은 지난 1년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생기니 서로를 이해가 됐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나온 성경동화책은 글을 아는 아이들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다양한 시각적 재료와 표현방식의 그림들은 무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한다. 특히 정진호 작가가 그린 ‘바벨탑’은 건축학과 출신 작가 답게 살아서 움직이는 새로운 바벨탑을 만들어냈다. 이밖에 성경을 읽는 데 도움을 주는 책 속의 부록, 팝펜으로 들을 수 있는 외국어 읽기 기능까지 있다.

김 집사는 “앞으로 베트남·일본·아랍어 등으로 번역해 선교와 복음의 통로로 성경동화책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선교지나 국내 미자립교회 등에도 책을 보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