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세족 목요일

입력 2015-04-02 02:05

요한복음 13장에 보면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는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나서 아버지께로 가야 할 때가 된 것을 아시고,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주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얼굴의 윤리학자’라 불리는 레비나스는 “타자의 얼굴은 나의 의지로는 결코 피할 수 없는 낯선 침입자이지만 동시에 나는 타자의 얼굴에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타자의 얼굴은 나로 하여금 닫혀 있는 내면성의 세계에서 밖으로 초월하게끔 한다. 타자의 얼굴은 초월이며 신의 목소리인 것이다. 타자의 얼굴을 통해 나는 책임적 주체로서 초월을 지향하는 것이다.

몇 년 전 세족 목요일에 교인들의 발을 씻겨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손이 퉁퉁 붓고 이튿날에는 따갑기까지 했다. 하루 종일 세상사에 지친 발들에 담겨진 피로가 나의 손을 붓게 만든 것이다. 예수님을 생각하며 타자의 얼굴을 넘어, 타자의 발을 통해 ‘책임적 주체’로서 초월을 경험하는 세족 목요일이 되기를 소망한다.

최병학 목사(남부산용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