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당뇨는 평생 짊어진 큰 짐, “별 탈 없네”… 방심은 금물

입력 2015-04-06 02:09

최근 등산복 차림의 60대 후반 당뇨병 환자가 일행과 함께 내원했다. 날씨가 풀리면서 오랜만에 산행에 나섰던 환자로 저혈당이 발생한 경우였다.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산행에 나선 것이 화근이었는데 저혈당 증상을 알아챈 일행이 응급 대처를 한 후 병원으로 모시고 온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10년 이상 당뇨병 관리를 해 온 환자였기에 알 만한 분이 왜 충분한 준비도 없이 산행을 가셨냐고 물어 보았다. 환자는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싫어 최근에는 산에 오르기 전에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자신은 당뇨병을 잘 관리해서 10년 가까이 별 탈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운이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뇨병 관리는 생활 전반에 대해 매일매일 그리고 평생 동안 꾸준한 관리가 요구되는 만큼 이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만은 않다. 특히 오랜 기간 당뇨병을 앓는 환자들 중에는 위의 환자처럼 그동안 별 탈 없이 병을 잘 관리해 왔다는 자신감 때문에 관리를 소홀히 하는 이들도 상당수이다.

이러한 환자들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당뇨병 자체가 진행성 질환이라는 점이다. 당뇨병은 유병 기간이 길수록 환자들의 신체는 고혈당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며, 신체 곳곳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기억력 등 인지 능력과 신체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꾸준한 관리를 요하는 당뇨병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 고령의 환자 중 상당수가 당뇨병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이 심각한 저혈당으로 응급실 치료를 받은 경우를 분석한 결과 10건 중 8건 이상이 60대 이상의 고령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 환자들의 경우 젊은 환자들에 비해 저혈당 발생 위험이 높은데다, 상대적으로 저혈당 발생 시 초기 증상을 인지해 신속하게 대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의도치 않게 약 복용을 제때,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당뇨병 약물 요법 자체가 2가지 이상의 치료제를 함께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당뇨병과 다른 만성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다면 매일 먹어야 할 약이 5∼6가지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처방받은 치료제 모두를 지침에 따라 복용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업무나 외부 활동 그리고 불규칙한 생활 습관 등으로 복용 시간을 놓칠 수 있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환자 본인이 심각성을 인지한다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평소 저혈당 증상을 자주 경험하는 경우라면 필요 시 DPP-4 억제제와 같이 저혈당 발생 위험이 낮은 치료제로 처방을 변경할 수 있다. 또한 약 복용을 자주 잊어 약물 요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라면 1일 1회 복용하는 복합제 서방정 처방을 통해 복용해야 할 약의 가짓수와 복용 횟수를 줄여주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오랜 기간 동안 당뇨병 관리를 잘 해 왔다는 자신감은 좋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당뇨병 관리는 환자 개인마다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며, 같은 환자에게서도 상태에 맞춰 치료를 변경하는 만큼 전문의와의 상담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의 환자들은 나이가 들고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익숙함을 이유로 당뇨병 관리에 대해 자만심을 갖거나 나태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기상 새서울내과 영상의학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