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담뱃갑’ 말려줄 사람 어디 없소… “봄이 왔다” 도발성 유혹

입력 2015-04-06 02:52

담뱃갑에도 봄이 온 모양이다. 담뱃갑 흡연경고그림 의무화가 국회에서 무산된 가운데 담배포장의 화려함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현재 담뱃갑에는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라는 경고 문구를 기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고문구가 담뱃갑의 화려함에 묻혀 흡연자들에게 경각심을 주지 못하는 유명무실 제도로 전락했다.

담배포장은 담배선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지어 비흡연자에게 담배 구매 욕구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담배 포장이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끄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해 왔다는 주장도 있다. 때문에 담배포장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의 평범하게 이름만 강조하던 담뱃갑에서 남자들의 로망인 슈퍼카 람보르기니 심벌을 넣은 화려한 포장부터 환상적이고 반짝이는 모양, 고양이 등 귀여운 캐릭터 등은 남녀 불문하고 젊은층의 흡연율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외국산 담배보다 국산 담배에서 더 심하다는 점이다. 올 봄을 앞두고 KT&G는 담배 ‘시즌’에 봄을 입혔다. 비닐포장에 개구리 그림과 한자를 넣어 경칩을 표현한 것이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을 부른다는 ‘경칩’(驚蟄)이 이제는 금연에서 깨어나 담배를 피우자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에쎄 체인지’에 환상적인 포장을 입혀 출시하고 ‘비·교·불·가 에쎄 체인지 한정판!’이라고 소매점 광고판도 마련해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금연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외국계 담배회사의 내부문건에 △흡연자의 사망으로 인한 업계손실을 막기 위한 ‘대체 흡연자(Replacement smoker)’ △청소년과 젊은 성인층이 ‘미래의 담배산업(Tomorrow’s cigarette business)’을 대표 △18∼24세의 젊은 성인층을 공략하지 못하는 것은 ‘최후의 날(Doomsday)과 같다’라고 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젊은 성인층이 동경하는 삶에 담배를 연결지어 보여주고, 최근에는 자유와 즐거움, 일탈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젊은 성인층의 관심을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선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 표시가 보편화돼 있는데 경고그림이 흡연으로 인한 각종 질병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어 경고 문구보다 파급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과 흡연 경고그림 도입은 ‘금연’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제도이다. 담뱃세의 경우 인상분 100%가 금연사업에 쓰이지는 않지만 흡연 경고그림의 경우 오로지 금연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반대명분도 적다.

최근 담뱃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담배소비는 크게 줄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며 새로운 금연정책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는 4월 다시 흡연경고그림 도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지난 2월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아쉬움을 남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담배 제조사가 담뱃갑 앞뒷면 면적의 50% 이상을 경고 그림과 문구로 채우도록 하고, 이중 30% 이상은 경고그림을 넣도록 하며, 제조사의 부담을 감안해 1년6개월의 유예 기간을 두도록 했다. 이번 회기에서는 관련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통과한다면 어떤 내용일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조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