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낳은 미숙아]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병원비 납부 뿐…

입력 2015-04-06 02:52 수정 2015-04-06 11:00
연간 총 출생아 수는 해마다 줄고 있지만 저체중 출생아 및 미숙아의 출생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오른쪽은 미숙아 가정을 위한 사회 안전망 시스템 구출를 강조하고 있는 김한석 서울대학교병원 신생아집중치료센터장.

“보통의 아기는 태어나는 순간 세상의 축복을 받지만 이른둥이를 안은 부모는 마음에 퍼런 멍이 듭니다. 800그램도 되지 않는 작은 아기 몸에 열 개도 넘는 호스가 달려 있어요. 작고 약한 제 아이를 위해 엄마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병원비를 제때 수납하는 일뿐이에요.”

서울대학교병원 신생아집중치료센터에는 정상적인 임신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32주 미만 미숙아 또는 2500g 미만의 저체중 신생아들이 생활하고 있다. 아기는 출생 직후 부모의 품에 제대로 안겨보지 못하고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미숙아는 폐가 발달되지 못한 상태로 태어나 자가 호흡이 원활하지 않다. 인공호흡기를 통해 산소를 공급하고 주사를 통해 영양을 공급해준다. 미숙아 부모들에겐 하루에 단 두 번 면회시간이 주어진다.

◇미숙아 부모의 고백=윤태화(가명)씨는 800그램도 되지 않는 아기를 낳았다. 아기는 엄마의 뱃속에서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하고 7개월 만에 세상에 나왔다. 윤씨는 출산 후 5개월 만에 아기와 함께 집에 올 수 있었다. 윤씨는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았다. 엄마로서 부실했기 때문에 조산을 했다는 생각에 미안했고 두려웠다. 첫 한 달간 천만원 넘는 돈이 치료비로 들었지만 돈을 내는 일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현실이 더 참기 힘들었다. 점심에 괜찮던 아이는 저녁부터 갑자기 안 좋아진다. 의료진은 가족에게 ‘고비다’란 말을 자주 했다. ‘뭐든 해 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희순(가명)씨는 시험관 시술을 통해 5년 만에 임신의 기회를 얻은 경우였다. 그 누구보다 간절했던 그녀의 아기는 570그램으로 태어났다. 김씨는 “보통의 엄마는 출산 후 아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른둥이를 낳은 엄마들은 아기를 병원에 남긴 채 혼자 집에 와야 한다. 그 슬픔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다. 면회시간 동안 엄마의 체온을 전달하는 캥거루 케어를 하는데, 이렇게라도 해서 우리 아기가 나아질 것이란 믿음 하나로 엄마는 버틴다. 자기 몸이 망가져 가는데 기를 쓰고 모유를 짜서 병원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출생체중 1500그램 이하의 극소 저체중 출생아는 1993년 923명에 불과했으나 2011년 그 수는 2994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연간 총 출생아 수는 해마다 줄고 있지만 저체중아 및 미숙아의 출생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부모의 노력=재활센터에서 다시 만난 어머니 윤태화씨는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에게 남은 건 장애뿐이라고 말했다.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장애는 피할 수 없었다고 한다. 윤씨는 “신생아집중치료실에 5개월 있었다. 보통 2∼3개월이면 퇴원하는데, 우리 아이는 오래 있었다. 첫 한 달여 동안 인공항문을 만드는 수술, 복막염 수술, 장 복원 수술 등 큰 수술을 서너 개 받았다. 이후 작은 수술을 서너 개 더 받았다. 태어날 때부터 좋지 못했던 신체는 고스란히 장애로 남았다.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제대로 걷지 못한다. 시력도 좋지 않다. 또래 아이보다 많이 작다. 미숙아로 태어나 장애아가 됐다”고 말했다.

다른 미숙아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머니 김희순씨는 “미숙아들은 살아도 다양한 합병증이 남는다. 퇴원 후 2∼3년간 대학병원을 더 다녔다. 근육이 발달하지 못해 지금도 제대로 걷지 못한다. 미숙아는 뇌출혈이 생길 위험이 높아 뇌손상을 입기 쉬운데, 우리 아이도 뇌출혈로 뇌손상을 입었다. 코에 호스를 매달고 재활운동을 다닌다. 내 아이가 재활치료, 발달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너무 싫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더욱 심한 장애가 남을 거란 두려움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래도 본인은 운이 좋은 경우였다고 말한다. 그녀는 본인보다 더 비참한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말한다.

김씨는 “병원에 가까이 사는 우리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지역에 신생아집중치료실이 있는 대형병원이 없는 경우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서울의 병원으로 이송된다. 부모는 하루에 두 번 주어지는 면회를 위해 왕복 몇 시간 되는 거리를 오고 가는 경우도 있다. 아기 엄마도 출산 후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에서도 제 몸을 추스를 여유가 없다. 모유를 짜서 기를 쓰고 아기에게 간다”고 말했다.

김한석 서울대병원 신생아집중치료센터장은 “미숙아 치료는 공공의료의 한 부분”이라며 “저출산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출산만 장려할 것이 아니라 미숙아치료가 오롯이 부모의 정서적,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이 더욱 촘촘히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