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판막협착증은 숨이 차오르는 증상이 나타나면 2년, 갑자기 쓰러지면 3년, 가슴이 아프면 5년 내에 사망 가능성이 100%인 무서운 병입니다. 환자라면 두렵더라도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김원장(사진) 교수는 “사망위험이 높은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앓는 70대 이상의 고령 환자는 대부분 수술하기를 꺼린다”며 “이러한 환자들에게 가슴을 여는 수술 없이 새로운 판막을 삽입해 치료하는 시술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나이를 먹으면서 심장에 위치한 대동맥판막이 석회화돼 굳어지고 좁아져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질환이다. 오는 2030년 65세 인구의 약 20%는 대동맥판막협착증 등의 심장질환을 앓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 교수는 “주로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 심부전 등의 증상을 보이며, 뇌로 가는 혈액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 쓰러지기도 한다”고 증상을 설명했다. 보통 증상이 나타난 후 2년 내 사망률이 50% 이상에 달해 고장난 판막을 떼어내고 새 판막으로 갈아주는 수술이 필수다. 기존에는 나이가 들어 석회화 되고 노후화된 판막을 제거하고 새 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 즉 전통적인 개심술을 통한 판막 치환술이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중요한 치료였다. 그러나 환자의 약 3분의 1은 고령이거나 심장기능의 저하, 기타 동반된 당뇨 등의 만성질환,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의 이유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최근 희소식이 들려왔다.
가슴을 열지 않고 심장에 새로운 판막을 만드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이하 TAVI)’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성공적으로 시행됐기 때문이다. 김원장 교수 협진팀은 지난 3월 4일 79세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 대해 TAVI를 시행했으며, 환자는 수술 후 특별한 문제 없이 순조롭게 회복돼 7일 만에 퇴원했다. TAVI는 흔히 대동맥 스텐트 시술로 알려져 있다. 이 시술은 비교적 시술 시간이 1∼2시간으로 짧지만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고도의 의술과 의료진 간의 협진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시술이다. 분당차병원은 심장내과, 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의 세부 전문의가 유기적으로 호흡해 시술에 참여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환자의 다리 동맥 혈관을 따라 풍선을 판막까지 도달하게 해 좁아져 있는 판막 사이를 부풀린 후, 판막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물망을 대동맥판막에 적절하게 고정시켜 치료한다”고 말했다.
고령의 노인들은 한 번 대수술을 받으면 회복하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김 교수는 “기존 수술법은 심장을 완전히 정지시켜 수술이 진행될 동안 심폐기라고 하는 심장안의 피를 우회시키는 기계와 전신에 심장의 역할 대신 피를 공급해야 하는 기계의 힘을 빌려야 했다. 때문에 이로 인해 생기는 관련 합병증을 피할 수 없다”며 “그러나 TAVI 시술은 장시간 소요되는 수술에 비해 환자의 체력 소모가 훨씬 덜하고, 시술 후 바로 활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TAVI는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시행돼 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등도 환자에게서 기존 개흉 수술과 비슷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는 발표는 고무적이다. 수술에 대한 위험부담이 큰 환자라면 시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대동맥판막협착증 정복위한 활로 뚫었다… 가슴 열지않고 심장 새 판막 만드는 TAVI 성공
입력 2015-04-06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