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훈(6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배우자 A씨가 박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 직후 서울 중구 을지로6가 쇼핑몰 두산타워의 상가 임차권(전세권)을 취득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박 전 수석은 총장 재직 시절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했었다. A씨는 신발과 명품을 판매하는 3층 매장에서 10평 남짓 임차권을 얻었는데, 이 시점은 두산타워의 정기 임대분양 시기가 아니었다.
두산타워 측은 A씨가 먼저 요청을 해와 2009년 분양하지 못하고 남은 미분양분을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산타워에서 직접 영업한 상인들은 2011년 3층 매장에는 미분양이 없었고, 분양을 원하는 일반 상인들에게는 해당 가격에 물량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의 교육부 외압이 경제적 이득 제공에 대한 대가 차원이었는지 살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왜 하필 '두타'=A씨가 두산타워 상가 건물 중 32.40㎡(약 10평)에 대해 임차권을 취득한 시기는 2011년이다. 2011년 2월 이명박정부의 교육문화수석에 임명된 박 전 수석은 2012년 3월 23일 관보를 통해 배우자의 몫으로 이 임차권을 공개했다. 임명 직후인 2011년 4월 29일의 재산공개 때엔 신고하지 않은 건물이었다. 16.20㎡씩 쪼개 취득한 임차권의 총액은 3억3000만원이었고, 변동사유에는 "전 직장 퇴직금으로 임대차 계약"이라고 적었다.
두산타워는 5년 주기로 2009년과 2014년 상가 임대분양을 했고, 2011년은 정기분양 시기가 아니었다. 두산타워 관계자는 "2009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분양이 많았고, 이후 요청이 있는 이들에게 회사 보유분을 분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어디서 정보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의사표명을 한 사실이 접수돼 미분양분을 소개했다"고 덧붙였다.
두산타워 측의 설명대로라면 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배우자가 먼저 기업에 대고 "좋은 투자처를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는 얘기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제안 자체가 부적절한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두산타워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정기분양 때 임차인 심사를 통과했고, 현재도 같은 가격에 3층 임차권을 보유해 재임대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타워 입주 상인들은 "미분양을 지급한 것뿐"이라는 두산타워 측 설명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2011년의 임차권 계약 자체가 특혜라는 지적이다. 두산타워입점상인연합회 최천주 대표는 "수익률이 연 12%를 상회하는데, 2009년 이후 2년이 지난 2011년에 미분양이 남아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최 대표는 "3층은 소위 '로얄층'이었고, 일반 분양이 되지 않았다"며 "100% 로비 성격"이라고 덧붙였다. 월세를 내던 상인들이 임차권을 얻으려 해도 두산타워는 물량을 아꼈고, 특별한 이들에게만 로비 식으로 지급했다고 상인들은 주장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았다는 3층 상가 임차권을 두고 두산타워 측은 "전용면적으로 평당 8300만원이라는 금액은 특혜가 아니다"고 거듭 해명했다.
◇'그들만의 거래'로 보이는 이유=투자 대상이 유독 중앙대와 특수한 관계를 맺고 있는 두산그룹의 자회사라는 점, 박 전 수석이 공직에 나간 뒤 특혜에 가까운 계약이 이뤄진 점 등은 많은 의혹을 낳는다. 박 전 수석은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당시 두산그룹은 '형제의 난'과 비자금 수사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전 수석은 두산그룹에서 지원금 1200억원을 유치해 수림장학연구재단으로 출연할 수 있었다.
두산그룹을 비판하다 퇴학당한 학생이 교직원에게 감시·미행당하는 일이 발생하자 박 전 수석이 자신의 지시라고 밝힌 일도 있다. 이런 박 전 수석은 청와대 수석 퇴임 뒤 지난해 3월 두산엔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2013년 기준으로 두산엔진 사외이사들이 받은 1인 평균 연봉은 5800만원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중앙대의 본교·분교 통폐합 배경 등 박 전 수석의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수석 이외에도 전 청와대 교육비서관과 교육부 간부 등 3명을 피의자로 조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박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 입증에 주력한 뒤, 범행 배경과 이로 인해 이득을 취한 쪽이 어디인지에 대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박범훈 부인, 두타 상가 수상한 임차
입력 2015-04-01 04:43 수정 2015-04-01 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