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과거’ 훌훌 털고 8년 만에 다시 불붙은 중국 펀드… 中 주식형 펀드에 올들어 253억원 순유입

입력 2015-04-02 02:46

중국 자본시장 개방 확대로 중국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들도 새로운 중국 펀드를 속속 선보여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중국 주식형 펀드 151개에 253억원이 순유입됐다. 8년 만에 자금 순유입을 나타낸 것이다. 앞서 중국 투자 열풍으로 2007년 중국 펀드에 16조8000억원이 몰렸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국·홍콩 증시가 주저앉자 2008년부터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지난해까지 7년간 중국 펀드의 순유출 규모는 10조6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상하이·선전 등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다. 상하이와 홍콩 증시를 연결한 ‘후강퉁’에 이어 ‘선강퉁’(선전과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 허용) 시행을 앞두고 있는 등 중국 정부가 증시 개방을 확대하는 데다 중국 증시 상승세로 펀드 수익률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주식형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9.61%로, 해외 주식형 펀드 전체 수익률(11.32%)을 상회했으며 다른 지역별 펀드 수익률을 모두 앞질렀다.

여기에 국내의 초저금리 여건과 오랜 기간 박스권에 갇혀 있는 주식시장 때문에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도 중국 펀드에 관심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삼성자산운용 이종훈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중국은 성장성이 있고 우리가 잘 아는 지역이므로 ‘제2의 내수시장’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은 투자 대상을 배당주, 중소형주 등으로 세분화한 중국 펀드 신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배당 증가 가능성이 큰 중국 우량주에 투자하는 ‘한화 차이나레전드 고배당 펀드’를 최근 출시했다. 배당성향과 시가배당수익률 등을 따져 1차로 압축한 100여개 종목 중에서 기업가치 상승과 고배당 여력이 충분한 40여개 종목을 다시 추려내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과거처럼 소문에 의한 무분별한 투자보다는 철저한 분석에 의해 배당수익을 얻으면서 자본차익도 추구하는 고배당 콘셉트의 투자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상하이, 선전, 홍콩, 뉴욕 등 전 세계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4000여곳에 투자하는 ‘삼성 차이나드림 10년 펀드’를 지난달 25일 내놨다. 삼성자산운용 여정환 리테일영업본부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1999년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에 30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현재 가치가 800억 달러에 이른다”며 “이처럼 10년을 내다보는 안목으로 중국 우량주를 발굴해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RQFII) 제도를 활용해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신한BNPP 중국본토 중소형주RQFII 증권자투자신탁’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선강퉁 시행에 앞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전 A주에 선제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엄선한 고배당 종목 20여개에 투자하는 ‘한국투자 중국고배당 인컴솔루션펀드’를 판매 중이다. 회사 측은 “중국 배당주는 배당률이 4% 이상으로 한국보다 높지만, 변동성이 큰 중국 시장에선 이익 안정성이 우수한 기업을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