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억대 사기’ 이규태 회장 기소

입력 2015-04-01 02:31
거물급 무기중개상 이규태(66) 일광공영 회장이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납품 과정에서 정부를 속여 1100억원대 방위사업 예산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합수단은 군과 방위사업청 내부의 공범을 추적하고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31일 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범행에 가담한 공군 준장 출신 권모(60) 전 SK C&C 상무와 일광공영 계열사 임원 조모(49)씨도 함께 구속 기소됐다.

이 회장 등은 2009년 터키 하벨산과 방사청의 EWTS 사업 중개를 하면서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빙자해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공급비를 배 가까이 부풀려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하벨산 측이 직접 공급할 경우 5120만 달러에 책정됐을 대금은 이들이 끼어들면서 9617만 달러(약 1101억원)로 뛰었다. 이 회장 등은 하벨산이 이미 개발했거나 SK C&C 또는 일광공영 측이 저렴한 값에 구입한 장비인데도 마치 SK C&C가 신규 개발한 제품인 것처럼 속여 납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풀려진 구입대금은 이 회장과 하벨산, SK C&C 측이 하청 및 재하청 형식을 가장해 나눠가졌다. 이 회장이 직접 챙긴 돈만 따져도 중개수수료, 하청업체 선정 대가 등으로 216억8000만원에 달한다.

특히 합수단은 이 회장이 2007년 9월에 EWTS 구입 방법이 국외구매 방식으로 변경되고, 사업 예산으로 1억 달러 이상 책정될 것이란 정보를 입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방위사업 기밀을 이 회장에게 누설한 ‘내부 첩자’가 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