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사업, ‘절반의 성공’ T-50 전철 밟을라

입력 2015-04-01 02:22
한국형 전투기(KF-X) 체계개발 업체가 선정돼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들어갔지만 과제들이 적지 않다.

군사 문제 전문가들은 31일 KF-X가 국산 전투기가 되려면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주요 부품이 국산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수출에도 제약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파트너 국가인 인도네시아와의 협력도 원활하게 진행돼야 한다.

KF-X는 건군 이래 최대 무기획득 사업으로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KF-16보다 성능이 향상된 4.5세대 전투기로 개발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이 한국과 미국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고등훈련기 ‘T-50’ 사업의 재판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T-50 사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체계개발 업체로 선정돼 정부 예산 70%와 KAI가 17%,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13%를 부담하는 공동 국제개발 형태로 추진됐다. 한국의 항공산업 기술은 이 사업 시작 당시 2.1∼3.9점에 불과했으나 미국 업체와의 기술 협력으로 2004년 말에는 대부분의 기술이 선진국 수준(5점)에 가까이 간 4.0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선진국 대비 30년 이상에 달했던 기술격차를 5년 내외로 줄인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KAI는 이를 통해 기술체계 통합과 형상 설계에서 거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비행제어와 항공전자장비 등 전투기의 심장에 해당되는 핵심 기술은 여전히 록히드마틴이 독점하고 있다. T-50을 수출할 때면 매번 록히드마틴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익 상당 부분이 이 회사 차지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록히드마틴은 KF-X 사업에도 국외기술협력업체(TAC)로 참여한다. 군이 8조여원을 투입해 40대를 도입할 예정인 스텔스 전투기 F-35 제작사이기도 한 록히드마틴은 KAI와 KF-X 기술이전 및 투자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KF-X가 국산 전투기가 되기 위해서는 핵심 분야인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주요 항전장비를 갖춰야 한다. 스텔스 기술과 내부 무장창 설치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이런 기술을 록히드마틴이 한국에 이전해줘야 한다. 하지만 원활하게 이전될지는 미지수다. 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을 통제하는 미국 정부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아서다. T-50의 재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무기 전문가는 “이번 기회에 전투기 독자 생산을 위한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며 “다른 기회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가능한 한 다양한 국내 업체들이 참여해야 한다. KAI가 주체이지만 항공기 동체생산 경험이 있는 대한항공이나 엔진을 집중 개발하고 있는 삼성테크윈 등이 참여해 첨단 제품개발 경험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각종 부품도 가능한 한 국산화해야 한다. 지난 30일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도 대형 국책사업인 만큼 체계개발 단계부터 전 산업 분야에 파급효과를 줄 수 있도록 반드시 상당수의 부품이 국산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