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마산 벽화마을 걸으며 추억 여행, 눈부신 봄날 문화향기 속으로

입력 2015-04-02 02:36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성호동·추산동 일대에 벽화마을로 조성된 '가고파 꼬부랑길'. 꼬불꼬불한 좁은 골목길 452m에 창원의 주요 풍경과 바다, 항구, 갈매기, 고깃배 등이 수놓아진 벽화가 옛 마산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옛 마산 원도심권인 창동·오동동 지역에 잃어버린 상권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된 창동예술촌. 한 시민이 골목에 마련된 작품을 감상하며 걸어가고 있다.
우주의 생명과 운율을 시각화한 작가로 평가되는 예술가 문신을 기념하는 문신미술관.
전남 진도의 대한민국 식품명인 김영숙 선생이 복령을 넣어 만든 복령조화고.
진해에서 만개한 벚꽃을 만끽하면서 눈의 호사를 누렸다면 이번엔 마산 문화기행을 통해 내면의 세계를 성숙시켜보자. 옛 마산의 명소들을 걸으며 추억여행도 할 수 있다.

◇귀여운 벽화마을 ‘가고파 꼬부랑길’=경남 창원시의 대표적인 달동네인 마산합포구 성호동·추산동 일대 벽화마을이다. 고둥속 같이 꼬불꼬불한 좁은 골목길 452m에 30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1960∼70년대로 되돌아간 듯하다.

어디서나 마산항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오션 뷰’를 선사하는 좁디좁은 골목길이 형형색색 벽화로 새옷을 입었다. 창원의 주요 풍경과 바다, 항구, 갈매기, 고깃배 등의 심벌이 수놓아진 다양한 벽화가 옛 마산의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세계적인 팝아티스트인 앤디 워홀의 ‘금빛 메릴린 먼로’ 작품도 그려져 있다. 마을입구와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을 수 있어 지역작가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이 곳을 찾을 때는 주민들의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즐기는 것이 필수다.

벽화가 그려진 골목골목마다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대야와 화분, 상자 등이 놓여 있어 소박한 모습을 보여준다. 고무 대야와 화분에는 꽃도 있지만 대부분 봄동, 파, 마늘, 미나리, 부추 등 채소로 가득하다. 반찬값을 아끼려고 가꾼 공간이 지금은 소소한 일상 속 재미와 여유를 가져다주는 공간이다.

벽화마을 바로 아래엔 마산항의 석탄과 부두화물 등을 싣고 도심을 지나다닌 옛 임항선(臨港線) 철길이 남아 있다. 전북 군산의 경암동 철길이 떠오른다. 2011년 폐선된 5.5㎞ 철길은 ‘그린 웨이’로 탈바꿈해 주민들의 산책로로 이용된다.

◇예술혼이 살아 숨쉬는 ‘창동예술촌’=옛 마산 원도심권(창동·오동동 권역)의 잃어버린 상권 기능을 재생시키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도심이 쇠퇴한 이후 상인들과 주민이 합심해 2007년 ‘마산도시재생협의회’를 구성하고 일대 빈 점포 60여 곳을 리모델링해 화가, 사진가 등 각종 예술가가 활약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골목의 벽 한편에는 예술인들의 벽화와 장식품이 자리하고, 창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과 글 등이 전시됐다. 예술인과 예술 상인들이 융화하는 테마예술상업 골목으로 변신했다. 도예와 공방, 갤러리 등 모두 50개 입주시설이 운영 중이다.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12개의 체험공방은 1950∼60년대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던 마산의 추억과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골목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는 ‘골목 해설사’도 배치됐다. 마산 출신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봤다고 하는 가장 오래된 학문당 서점도 아직 영업 중이다. 예술을 접목시킨 골목으로 변신한 창동예술촌은 평일 방문객 34%, 주말 방문객 86%가 급증했다. 죽은 거리였던 ‘경남의 명동’이 관광객을 끄는 예술촌으로 변모하면서 이제는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는 도시재생의 표본이 됐다.

◇우주의 생명과 운율을 만나볼 수 있는 ‘문신미술관’=마산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문신미술관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선생의 예술혼이 살아 숨쉬는 곳. 파리에서 활동하던 문신은 1980년 유년시절을 보낸 마산으로 귀국해 15년에 걸쳐 직접 미술관을 건립해 1994년 문신미술관을 개관했다. 미술관 개관 1년 후 타계하면서 ‘사랑하는 고향에 미술관을 바치고 싶다’는 작가의 유언에 따라 2003년 문신미술관은 시에 기증돼 시립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술관은 제1 전시관, 제2 전시관, 야외조각전시장, 문신원형미술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조각, 석고원형, 유화, 채화, 드로잉, 유품, 공구 등 총 3900여점의 작품 및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문신은 우주의 생명과 운율을 시각화한 작가로 평가된다. 그의 작품 세계는 간결하면서도 풍만한 선, 그리고 다양한 재질로 우주의 생명성을 대칭과 비대칭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이며 관람료는 어른 500원. 월요일은 휴관이다.

창원=글·사진 남호철 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