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만 65세 이상 조사…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인들 돈 없고, 병들고, 외롭고

입력 2015-04-01 02:34

경기도에 사는 정모(66)씨는 지난해 가을 5년 동안 운영했던 치킨집을 정리했다. 아들 결혼으로 목돈이 필요했다. 장사 밑천은 아들의 신혼집 전세로 들어갔다. 몇 개월 동안 일자리를 구하던 정씨는 올 초 택시회사에 들어갔고, 매달 100만원 남짓한 돈을 벌고 있다. 정씨는 “치킨집 장사가 영 시원찮아서 겸사겸사 정리를 했는데 택시 일도 벌이가 좋지 못해 힘들다”면서도 “막내가 아직 대학생이고 부부가 먹고살려면 일을 안 하고는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2011년 기준 47.2%다. 노인 2명 중 1명은 월 소득이 중위소득(전체 가구 중 중간순위 소득)의 50%도 안 된다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압도적 1위다. 이렇다 보니 노후를 즐기기보다 정씨처럼 생활전선에 뛰어든 노인들이 많다.

고단한 노인의 삶은 보건복지부가 31일 발표한 ‘2014 노인실태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28.9%)은 현재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하는 노인 10명 중 8명(79.3%)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한다고 했다. 일하는 노인은 대부분 농림어업(38.3%)이나 경비·청소·운송(30.1%) 등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의 65.3%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가난한 노인은 많지만 정부 지원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비를 지원받는 노인은 5.4%뿐이다. 부양의무자 제도에 가로막혀 사회안전망 밖으로 밀려난 노인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 5명 중 1명(19.9%)은 빚을 지고 있다. 부채 규모는 평균 1415만6000원이었다.

노인가구의 소비지출은 계층에 따라 격차가 컸다. 소득 상위 20% 노인 가구의 월 소비(305만9000원)는 소득 하위 20%(52만1000원)보다 6배가량 많았다. 노인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143만9000원이었다. 주거비(35.4%) 보건의료비(23.1%) 식비(16.2%) 경조사비(15.2%) 등이 노후 생활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2만원으로 조사됐다.

노인들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외로움’이다. 대구에서 혼자 사는 손모(75·여)씨는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고 보내는 날이 대부분이다. 다리가 불편해 집 밖에 나가지 못하다 보니 TV를 보는 게 주요 일과다. 집 근처 교회에서 1주일에 한 번 반찬을 갖고 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은 노인들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노인 10명 중 1명(10.9%)은 자살을 생각해봤고, 그중 12.5%는 자살을 시도했다. 노인들이 자살을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40.4%)이었다. 이어 건강 문제(24.4%) 외로움(13.3%) 부부·자녀·친구 등과 갈등 또는 관계 단절(11.5%)이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