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심상찮다. 안심전환대출로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지만 최근 들어 빚이 워낙 가파르게 늘어 총량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외환·기업은행 등 7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316조4539억원에서 올 3월 말 현재 323조4876억원으로 7조745억원 늘었다. 이 증가분은 전년 같은 기간의 3.5배 수준이다.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주택 구입을 서두르면서 빚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올해 사상 최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대출은 일부나마 안심전환대출을 통해 급한 불이라도 끌 수 있지만 신규 대출은 그마저 불가능해 빚 폭탄 뇌관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2월 가계대출 연체율이 전월보다 높아지는 등 이미 붉은 신호등이 켜진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가계부채 대응 적기를 사실상 놓쳤다는 비관적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정부 한쪽에서는 돈을 빌려 집을 사라고 부추기고 한편에서는 빚을 관리하느라 쩔쩔매는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경제학자는 이를 두고 ‘흥분제와 진정제를 동시에 놓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정책은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제 무게중심을 가계부채 쪽으로 옮겨야 할 시점이다. 경제 살리기의 일환으로 부동산 띄우기가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관점은 너무 위험하다. 마치 안심전환대출로 모든 가계부채가 감당될 것 같은 기대효과를 비치는 것도 금물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지금과 같은 가계부채 구조개선 뿐 아니라 거시적 입장에서 부채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부채 규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하고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을 축소하는 등 전체 빚 규모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총량을 억제하는 한편으로 제2금융권 채무자나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등 ‘질 나쁜 빚’에 대한 맞춤형 채무조정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근본적인 대처 방안 없이 아무리 안심전환대출을 확대해도 대증적 효과에 그치고 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설] 총량규제 도입 없이는 안심전환대출 성과 안 날 것
입력 2015-04-01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