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서울현충원에 안장된 12건의 무명용사 이야기 발굴… 독립투사에서 해병까지 4대가 현충원에 안장

입력 2015-04-01 02:26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4대가 안장된 가족이 있다. 구한말 일제와 맞선 1대 이남규 선생과 2대 이충구 선생,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3대 이승복 선생, 6·25전쟁에 참전한 4대 이장원 해병 소위는 대를 이어 국가에 헌신한 사람들로 모두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1대 이남규 선생은 고려 말 대학자인 목은 이색 선생의 후손이자 단재 신채호 선생의 스승이었다. 1893년 일본의 조선 내정간섭,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 1905년 을사늑약 체결 등의 사건이 발생하자 고종에게 일제와의 결전을 주장했다.

국방부는 31일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현충원에 안장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6·25전쟁 및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 17만3000여명 중 이남규 선생의 가문을 포함해 12건의 무명용사 이야기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묻힌 경우도 있다. 고 박명렬 소령은 1994년 팀스피릿 훈련 중 순직했다. 아들 고 박인철 대위는 2007년 야간 요격임무수행 중 순직했다. 박 대위는 국가를 위해 먼저 목숨을 바친 아버지 옆에 안장됐다. 6·25전쟁 초기 한강 방어선 항공정찰 임무수행 중 적진으로 돌진해 산화한 이경복·백성흠 소위 등 공군 전투조종사들의 묘역은 한강 북쪽 이촌동이 바라보는 곳에 조성됐다. 이곳에 안장된 이들은 17명으로 국방부는 이들이 산화한 서울 상공을 볼 수 있는 곳에 묘역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낙동강 전투에서 전사한 후 1964년 시신을 찾아 안장했으나 이름을 알 수 없어 이름 없는 묘비로 두었던 김수영 소위의 묘비는 1990년 동료 전우를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름이 새겨지지는 않았다. 국방부는 이름 없이 스러져간 많은 장병을 기리기 위해 그대로 두었다고 밝혔다.

6·25전쟁 당시 노전평 전투에서 전사해 지난해 유해가 발굴된 강영만 하사는 6월 6일 현충일에 저격능선전투에서 전사해 이미 서울현충원에 안장된 동생 강영안 이등상사와 함께 6·25 전사자 ‘형제의 묘’에 안장된다.

국방부는 “앞으로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무명용사들의 사연을 추가 발굴해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