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로 첫 전투기 만든다

입력 2015-03-31 03:51

한국형 전투기(KF-X)를 개발하는 사업인 ‘보라매사업’의 체계개발 사업자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선정됐다. 사상 처음 우리 기술로 첨단 전투기를 개발하는 보라매사업이 2002년에 필요성이 제기된 지 13년 만에 본격 개발 궤도에 오르게 됐다.

방위사업청은 30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 주재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KF-X 체계개발사업 협상대상 업체로 KAI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KAI와 함께 대한항공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탈락했다. KAI는 항공기 개발 경험과 기술력 면에서 대한항공을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보라매사업은 공군의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고 국산 전투기를 우리 기술로 연구·개발하는 사업이다. KF-X는 기동성은 현재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KF-16 전투기와 유사하지만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첨단 센서와 통합 전자전 시스템을 갖춰 정밀타격 능력과 전투생존성이 대폭 증강된 4.5세대 이상 중간급 전투기로 개발된다. 2032년까지 120대가 실전배치될 계획이다.

보라매사업은 체계개발에 8조6000억원과 양산비용을 포함해 약 18조1000억원이 투입되는 건군이 이래 최대 무기개발사업이다. 국내 업체가 주관하고 외국이 참여하는 국제공동 연구·개발 형태로 추진돼 정부 예산이 60% 투자되고 KAI를 비롯한 국내외 업체가 20%, 인도네시아가 20%를 투자하게 된다. 체계개발 사업자로 선정된 KAI는 6월 방사청과 체계개발 계약을 하고 2025년 11월 개발을 완료, 그해 12월 1호기를 납품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2번째로 자국 기술로 생산한 첨단 전투기를 보유한 국가가 된다. 연인원 30만명의 고급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고 있으며 경제적 파급효과는 90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최대 관심사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기술 이전 및 투자 약속이다. 한국산 전투기로 평가받으려면 레이더와 항전체계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차기 전투기 F-35의 사업자 미국 록히드마틴은 KF-X 개발과 관련, 기술이전 및 투자를 약속했지만 미국 정부의 반대를 들어 핵심 기술 이전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록히드마틴의 협조 없인 ‘무늬만 한국형 전투기’로 전락하며 막대한 자금만 낭비할 수도 있다.

한편 방추위는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미국에서 구매키로 했으며, 기존 패트리엇 장비 성능개량 담당 업체로 미 레이시온을 선정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