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변신의 정치’… 다시 변곡점에 서다

입력 2015-03-31 02:22 수정 2015-03-31 09:38

정동영 전 의원이 4·29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서울 관악을에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30일 공식 선언했다. 지난 1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정 전 의원의 출사표로 관악을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가 됐다. 새정치연합은 수도권 전패 위험이 커졌다.

정 전 의원은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모임 그리고 정동영의 승리는 박근혜정권에 대한 진정한 심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 몸을 불사르겠다” “기득권과 정면승부하겠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야권 분열’이라는 새정치연합의 비판에 대해서는 ‘야권 혁신’이라고 반박했다. 정 전 의원은 “지금의 제1야당은 대안 야당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하는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새정치연합”이라고 비판했다.

관악을은 애초에 새정치연합의 승리가 유력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정 전 의원과 새정치연합 외에 정의당, 노동당, 옛 통합진보당 등 후보가 난립하면서 야권 표 분산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는 지지층 결집을 통해 이변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정 전 의원의 출마는 현재 구도로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대선 후보를 지낸 정 전 의원의 인지도가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를 크게 앞선다. 또 관악 인구 중 다수를 차지하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친노(친노무현)인 정태호 후보가 아닌 정 전 의원을 지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휴먼리서치가 지난 21∼22일 관악을 지역 유권자 702명을 대상으로 전화 자동응답 시스템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7% 포인트, 응답률 1.63%)에 따르면 3자 대결 시 오 후보가 38.4%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정 전 의원이 28.2%로 오차범위 내 2위, 정 후보는 24.4%로 3위에 그쳤다.

정 전 의원은 관악을 출마로 20년 정치 이력에서 또 다시 중요한 변곡점을 맞게 됐다. 관악을에서 승리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개편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호남을 중심으로 친노 비토론이 확산되면서 정 전 의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이 낙선하고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면 야권 분열 책임론을 피해갈 수 없다. 정 전 의원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칠 경우에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된다.

정 전 의원은 MBC 기자 출신으로 16·17대 총선에서 전주 덕진에 출마, 압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야권 간판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07년 대선, 2008년 18대 총선 연거푸 낙선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9년 4월 재보선에서는 탈당 후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후 복당했지만 탈당 이력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강남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재기를 모색하다 지난 1월 두 번째 탈당을 선언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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