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입학전형에서도 학교의 ‘면접 선발권’을 인정하기로 했다. ‘완전추첨제’ 또는 ‘1차 추첨, 2차 면접’ 방식 중 하나를 각 학교가 선택하도록 했다. 자사고들은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면접 선발을 고수하는 분위기여서 시교육청이 무게를 두고 있는 완전추첨제 도입 학교가 얼마나 나올지 주목된다. 조희연 교육감이 추진해 온 자사고 면접권 폐지 정책은 학부모 반발에 한풀 꺾인 셈이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30일 ‘2016학년도 서울시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경문고 등 서울의 24개 자사고(광역 단위 자사고인 하나고 제외)는 지원자가 모집정원을 초과할 경우 면접으로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성적 제한 없이 지원을 받아 1단계에서 추첨으로 정원의 1.5배수를 추리고 2단계에서 면접을 통해 선발했다. 올해 면접 시행 세부기준은 8월 학교별 입학전형 요강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 같은 기본계획은 조 교육감의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 1월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자사고의 면접 선발권을 모두 폐지하는 게 시교육청의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그러나 학부모 반대가 큰 데다 각 학교 교장의 입학전형 선택권을 보장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이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도입된 자사고는 중학교 내신 상위 50% 학생 중 지원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선발해 왔다. 교육부는 2013년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독점해 일반고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선지원 후추첨’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지만 학부모 반발로 두 달 만에 철회했다. 대신 중학교 내신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지원 자격을 부여하되 1차에서 정원의 150%를 추첨으로 추린 뒤 2차에서 면접을 실시해 뽑도록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기존 입장에서 물러섬에 따라 올해 자사고 입시는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입학전형 계획 단계부터 추첨만으로 선발할 수 있게 학교에 선택의 여지를 준 데 의미가 있다”며 “완전추첨제를 택하는 학교가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숭문고와 신일고는 지난해 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피하기 위해 면접 선발권을 포기한 터여서 완전추첨제로 선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오세목 서울시자사고교장연합회장(중동고)은 “대부분의 학교가 면접 전형을 원하고 있어 완전추첨제 시행 학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밖에도 특목고와 자사고 등 학교 유형별로 달랐던 전기 고교 입학전형 일정을 대폭 통합하고, 5월 발표되는 검정고시 합격자도 추가 전형을 통해 고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서울 자사고 ‘면접 선발권’ 폐지 안한다… 추첨만으로 선발하거나 추첨+면접 중 택일케
입력 2015-03-31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