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정명훈씨에 대한 비판, 공정하지 않았다”… ‘아르스 노바’ 간담회서 밝혀

입력 2015-03-31 02:22
현대음악 작곡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진은숙씨가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이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아르스 노바’(Ars Nova·새로운 예술)를 설명하고 서울시향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곽경근 선임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은 한국에서 국제적 수준으로 돌아가는 몇 안 되는 단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작곡가로 꼽히는 진은숙(54) 서울시향 상임작곡가가 30일 서울 세종문회회관에서 열린 현대음악 프로그램 ‘아르스 노바’(Ars Nova·새로운 예술) 기자간담회에서 박현정 전 대표와 정명훈 예술감독 간에 불거졌던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서울시향이 올해 재단법인이 된 지 10년째인데, 그간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에서 만만치 않은 위상을 정립했다”며 “연주회 질이나 프로그램 구성 등 서울시향은 국제적 수준을 향해 가는 동안 오히려 그 뒷받침을 받지 못했다. 지난 4개월간 정 예술감독에 대한 비판은 공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사회가 예술의 가치와 성과에 대해 팩트(사실)를 바탕으로 좀 더 이성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길 기대한다”면서 “공석인 시향 대표이사로 경영과 함께 예술의 가치를 모두 아는 전문인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아르스 노바’의 성과도 설명했다. 서울시향이 2006년부터 1년에 네 차례씩 무대에 올리는 이 프로그램은 최근 100년 내에 만들어진 현대음악 작품으로만 레퍼토리가 구성되는 게 특징이다. 올 상반기에는 4월 1일(지휘 최수열)과 7일(지휘 정명훈) 미국과 프랑스의 현대음악을 테마로 열린다. 진 작곡자는 “현대음악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이 같은 프로그램을 보유한 오케스트라는 아시아에서도 서울시향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처음에는 관객 호응과 입장권 판매 등에서 힘들었지만 10년이 지나면서 한국 클래식계에서 제대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시울시향이 지난해 6월 발매한 음반 ‘진은숙: 3개의 협주곡’(도이치 그라모폰)이 2015년 국제클래식음악상 현대음악 부문 수상작으로 최근 결정된 것과 관련해 그는 “아르스 노바를 통해 단원들이 현대음악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이 음반은 지휘자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성과가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출신 현대음악 작곡가로는 윤이상(1917∼1995) 이후 최고 명성을 얻었다. 윤이상이 주로 독일어권을 중심으로 활동한 반면 그는 전 세계 오케스트라와 페스티벌, 극장 등으로부터 상주 또는 위촉 작곡가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 이어 올해 노르웨이 스타방게르 심포니의 상주 작곡가로 위촉됐다.

2007년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지난 2월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홀, 3월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공연돼 호평 받으며 전 세계 오페라하우스에 꾸준히 올려지고 있다. 영국 로열오페라의 위촉을 받은 신작 오페라 ‘거울 뒤의 앨리스’는 2018-2019시즌 공연될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