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혁과제 우선 하나라도 제대로 매듭짓자

입력 2015-03-31 02:50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한데 이어 노사정위원회도 31일 닥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타협 시한을 그대로 넘길 태세다. 노사정위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는 당초 30일 오후 전체회의에 합의 초안을 보고할 예정이었지만 이날까지 노사정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핵심 쟁점 가운데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핵심적인 노동시장 격차 해소 방안을 놓고는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2년이 훌쩍 더 지났지만, 개혁 구호만 요란할뿐 개혁의 실체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특히 최경환 부총리가 공공 교육 노동 금융 등 4대 개혁을 부르짖었으나 이 가운데 이렇다할 진전을 보이는 게 하나도 없다. 그 사이에 더 깊어지는 경제적 양극화와 청년실업의 고통은 청년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는 조짐들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시장 개혁이 의미 있는, 실질적 성과를 거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혁을 위한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사자들 간의 대화와 설득, 그리고 합의를 추진할 만큼의 시간도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사실상 총선 국면으로 진입해 구조개혁의 동력이 현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부족한 것도, 가장 절실한 것도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개혁 의지와 주도적 역할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심정으로 정부가 스스로 개혁 걸림돌의 돌파구를 뚫고, 불굴의 실천력을 발휘해야 한다.

노동시장 격차, 또는 이중구조 해소 과제를 예로 들면 노동계의 상대적 기득권층인 한국노총으로서는 고용 유연성을 높이자는 항목들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개별(저성과자) 해고요건 완화, 파견근로 대상 확대 같은 세부 과제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노동계도 명분상 동의할 수밖에 없는 큰 틀의 임금격차 해소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즉 대기업 노사가 출연하는 한시적 상생임금협력기금이나 기업 규모별 임금격차 완화를 위한 노사자율 협의체 신설 등을 정부가 주도하는 대안 같은 게 필요하다.

공무원노조나 한국노총은 불합리한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는 게 쉽지 않다. 정부가 개혁의 본질을 흐려놓는 미봉책을 받아들이고, 이를 개혁으로 호도하는 것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국가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은 이중구조와 격차 완화 방안을 빠뜨려서는 안 된다. 정부는 개혁을 위해 때로는 악역도 회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