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가 실개천처럼 변한 모습은 처음 봅니다. 심한 곳은 호수를 걸어서 지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해 마른장마에 이어 올 봄 극심한 가뭄으로 충주호와 소양강의 수위가 크게 낮아져 지역 주민들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조만간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용수공급과 발전이 중단될 수도 있다.
소양강댐은 1973년 댐 준공 이후 가장 낮은 수위를 기록하는 등 42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수도권의 젖줄이자 국내 최대의 다목적댐인 소양강댐의 초당 유입량은 11t이지만 수도권의 생활·농업용수 공급 등을 위해 초당 30t이 넘는 물을 방류하면서 저수율이 뚝 떨어졌다.
30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청평사 유람선 선착장 앞에는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강바닥만 눈에 띄었다. 사막처럼 말라버린 모래사장 위에는 반으로 갈라져 속을 드러낸 민물조개들이 드문드문 보여 이곳이 강이었음을 짐작케 했다
마을 계곡과 하천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식수원까지 말라버렸다. 주민들은 수개월째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불편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강원 도내 17개 시·군에 지원된 급수량은 520차례, 2800t에 이른다.
극심한 가뭄으로 충북 충주호도 수위가 낮아지면서 댐 건설 당시 수몰됐던 단양군 단성면의 옛 시설물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충주호를 운항하는 관광선 업체는 영업 중단 우려에 걱정이 태산이다. 충주호 관광선 업체들의 중형 선박과 쾌속선 등은 충주호의 수위가 최소 116m 이상이어야 운항할 수 있다. 현재보다 수위가 더 낮아진다면 관광선을 더 이상 띄우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충주호를 통해 생계를 이어온 주민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관광선 업체가 영업을 중단하게 되면 인근 식당이나 상점가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내수면 어업인들은 낮은 수위에 배조차 띄우기 어려워 사실상 휴업 상태다. 제천 한수면의 (주)월악산 수상레져는 지난해 4월부터 무동력선 운항을 전면 보류한 상태다.
유람선 업체 관계자는 “지속된 가뭄으로 충주호 수위가 낮아져 일부 구간의 운항이 멈출 수도 있다”며 “관광객도 예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 피해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현재 소양강댐은 저수량이 157.05m로 정상적인 용수공급 하안선인 저수위까지 7m 남아있다. 이 같은 수위는 역대 4번째로 낮은 것이다. 150m 밑으로 수위가 내려가게 되면 발전이 중단된다.
충주댐 수위는 만수위인 141m에 23m나 모자란 117.83m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겨울부터 이어진 충주댐 저수율은 27.1%로 1986년 준공 이후 3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역대 최저 수위인 1997년 113m와도 불과 4m 차이에 그치고 있다. 앞으로 수위가 7m만 더 떨어지면 발전도 중단될 수 있다.
댐의 방류량이 줄면서 하천 수질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강 수계 하천 생태계와 수질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물을 흘려보내야 하는데 이마저도 줄였다는 것이다. 방류량이 줄면 물 흐름이 정체돼 녹조현상이 확산돼 수돗물에서 냄새가 나는 등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한강 수계에 물을 공급하는 소양강댐과 충주댐 용수를 15% 가량 감축해 공급키로 했다. 소양강댐은 초당 27.8t, 충주댐은 76.5t으로 각각 22.5%, 15% 감축해 하천용수를 방류하고 있다.
극심한 봄 가뭄의 원인은 지난해 내린 눈·비의 양이 평년의 66%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6일까지 전국의 누적 강수량은 114.1㎜로 평년(139.7㎜)의 81% 수준이지만 강원 영동지방은 48.2㎜로 평년(193.6㎜)의 25%에 불과하다. 전국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가장 적은 양이다. 강수량이 평년 수준을 되찾으려면 4월까지 중부지방은 100∼150㎜, 강원 영동지방은 200㎜ 이상의 비가 내려야 한다.
31일과 다음 달 2일 강원 영서와 충북지역에 봄비가 예상되지만 강수량이 5∼10㎜에 그칠전망이다. 기상청은 최근 발표한 ‘3개월 전망’에서 비는 중부지방보다 주로 남부지방에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양·춘천=글·사진 홍성헌, 서승진 기자 adhong@kmib.co.kr
[42년 만의 최악 가뭄… 충주댐·소양댐 르포] 거북등 변한 강바닥·유람선 중단 위기… 주민 생계 위협
입력 2015-03-31 02:38 수정 2015-03-31 1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