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경찰청, 국악·마술·수화로… 톡톡 튀는 범죄예방 홍보 인기

입력 2015-03-31 02:23
경기도 양평경찰서 개군파출소 전흥재 경위가 지역 마을회관에서 공연을 마친 뒤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의왕경찰서에 근무하는 김이문 경위는 주민들에게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전흥재(39) 경위는 ‘국악하는 순경’으로 불린다. 업무 외 시간에 틈틈이 장구와 가야금을 4년여 동안 배워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전 경위는 웬만한 국악 장단은 연주할 수 있는 실력파로 경기도 양평 지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는 양평경찰서 개군파출소에 근무하며 매주 2회 지역의 마을회관 등을 순회하며 노인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등 여러 유형의 범죄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또 교통사고 예방법 등 안전교육도 한다. 그는 “장단에 맞춰 어깨춤을 덩실거리면서도 해방가를 불러드리면 눈시울을 적시는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의왕경찰서에 근무하는 김이문(56) 경위는 학교폭력 예방 강의 베테랑이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건 아니다. 약 10년 전 얘기다. 그날도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 강의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의 집중력은 떨어져 강의 자체에 회의가 들었다. 아이들의 흥미를 어떻게 끌까 고민하다 마술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술학원에서 수개월을 배우고 고가의 마술 장비를 구입했다.

김 경위가 마술을 보여주며 강의를 하자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초롱초롱한 눈을 유지했다. 지금은 군포 지역까지 범위를 넓혀 학생뿐 아니라 양로원, 주민자치센터, 장애인시설 등을 방문해 범죄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남양주 진접파출소 이미림(28·여) 순경은 수화하는 경찰관이다. 이 순경은 수화통역센터에서 수화를 배우며 농아인 대상으로 범죄 예방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민원서류 발급을 위해 불안한 마음으로 파출소를 찾는 청각장애인들은 이 순경을 보면 금세 표정이 밝아진다. 장애인임을 알아챈 이 순경이 수화로 친절하게 민원을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남자친구가 수화하는 내 모습이 예쁘다고 같이 배우자고 한다”며 활짝 웃었다.

이외에도 영어 실력이 뛰어난 평택과 동두천의 경찰관들이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국내 교통법규 및 SOFA 강력사건을 사례별로 소개하는 ‘범죄예방교실’도 반응이 뜨겁다. 브라스웰 병장은 “경찰서에서 먼저 다가와 필요한 교육을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수십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범인 검거 못지않게 범죄 예방이 중요하다”며 “낮은 자세로 지역주민에게 다가가 친근하게 범죄 예방 홍보를 하는 경찰관들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