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을 낼 돈이 없어 교도소에서 노역을 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민단체가 성금을 모아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장발장은행’이 실정법 위반 논란에 휘말렸다. 은행 이외에는 ‘은행’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은행법 때문이다.
지난 2일 업무를 시작한 장발장은행은 시민단체 인권연대가 설립한 비영리 법인이다. 죄질이 나쁘거나 위험해서가 아니라 오직 벌금을 낼 형편이 못 돼 자유를 박탈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출범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1억원이 넘는 성금을 모아 47명에게 모두 8271만원을 빌려줘 교도소에 가지 않도록 도왔다. 장발장은행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대 300만원까지 무이자로 6개월 거치 1년 균등 상환 조건으로 대출을 해준다.
그러나 법인명에 포함된 ‘은행’이 문제를 일으켰다. 은행법은 한국은행과 은행을 제외하고는 상호에 ‘은행’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30일 “자세한 내용은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대출 형태로 금전이 오고간다면 ‘은행’ 명칭 사용이 법 위반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해당 법 조항은 대부업체 등이 은행을 사칭해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므로 비영리 목적의 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견해가 많기 때문이다. 조혈모세포은행,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국립수목원 종자은행 등 명칭에 ‘은행’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는 기관들이 단속당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은행’ 명칭 썼다고… 위법 휘말린 ‘장발장은행’
입력 2015-03-31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