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최근 ‘사축 동화’ 시리즈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일본 직장인 사이에 유행하던 이야기인데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것이죠.
일본 위키백과에 따르면 ‘사축(社畜)’은 회사에 길들여진 샐러리맨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자신의 의지와 양심을 포기한 채 철저하게 사육돼 ‘회사의 가축’이 됐다는 뜻입니다. ‘사축 동화’는 일본 직장인들의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을 동화에 빗대 풍자적으로 짧게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사축 동화는 인어공주, 금도끼 은도끼, 성냥팔이 소녀, 은혜 갚은 두루미, 빨간 모자, 백설공주, 양치기 소년 등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7편을 패러디했습니다. 물론 직장인의 애달픈 생활을 반영한 만큼 원작 동화와는 달리 매우 현실적입니다. 짧은 내용에 우울한 결말이라는 특징도 있죠.
사축 동화로 각색된 인어공주의 내용을 살펴볼까요? 인어공주는 마녀에게 정직원이 되고 싶다고 소원을 빕니다. 마녀는 “그렇다면 우리 회사로 이직하라”고 권합니다. 물론 조건은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받아가는 것이죠. 마녀와 계약한 인어공주는 정직원이 됩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냉혹한 현실이 펼쳐집니다. 월급은 깎이고 야근수당도 받지 못하죠. 휴일도 사라졌습니다. 부당한 대우에 맞서려 해도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는 노동청에 신고할 수조차 없습니다. 결국 ‘사회의 물거품’이 돼 사라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납니다.
이런 식으로 사축 동화는 원작 동화를 비틀었습니다. 현실을 고발하는 내용은 ‘갑질’에 시달리고, 억울하지만 숨죽여 사는 직장인의 애환을 표현합니다. 어느 나라나 직장인은 비슷한 모양입니다. 현해탄을 건너 우리나라에 상륙한 사축 동화는 우리 네티즌들로부터도 공감을 얻었습니다.
네티즌들은 “근로자 알기를 우습게 보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네” “진짜 구구절절하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그게 그거네” “명작이다” “완전 현실이라 슬픔” “몇 줄 되지도 않는데 촌철살인. 노벨 다섯 줄 문학상 감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기업마다 신입사원을 모집할 때면 ‘미래를 주도할 글로벌 인재’ 같은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죠. 그러나 바늘구멍을 뚫고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현실은 핑크빛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씁쓸합니다. 직장인들이 회사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으로 일한다고 느끼고, 동화 속 해피엔딩을 실감하며 일하는 날은 언제쯤 올까요?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샐러리맨은 회사가 사육하는 가축? 日 ‘사축 동화’ 甲질 논란 시끄러운 국내서도 반향
입력 2015-03-31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