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5차 종합 보고서는 1880∼2012년 사이 지구 평균 기온이 0.85도 상승했고, 지금의 추세가 계속될 경우 2100년까지는 6.4도 이상 상승해 지구는 기후 파국을 맞게 된다고 보고했다. 기후변화는 한국에서 더욱 심각하다. ‘한국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2014’(환경부-기상청, 2015)에 따르면 같은 기간의 지구 평균과 비교할 때 한반도의 평균기온과 해수면 높이는 2∼3배나 높다. 지금 우리 사회가 세기말의 기후 파국을 피하기 위한 적극적인 기후 행동에 돌입하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이 살 세상은 기후 재앙 속에 놓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취할 가장 현명하고 효과적인 탄소 감축 방법은 무엇일까. 발전, 전기를 생산해 공급 우선 정책에 매달리면 탄소 감축은 요원하다. 늘어나는 전력소비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고 싼 전기를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정책은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전기난방을 늘리는 등 사실상 전력소비 증가를 불러왔다. 전력소비를 줄여 탄소 감축을 하는 것이 사람과 자연을 위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2003년 8월 22일은 우리나라가 건국 이래 최대의 에너지를 소비한 날이다. 에너지시민연대는 8월 22일을 에너지 소비와 기후변화에 대한 성찰의 날로 삼기로 하고 ‘에너지의 날’로 정해 기념해 왔다. 특히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기업들과 함께 매년 에너지의 날마다 ‘불을 끄고 별을 켜는’ 실천을 전국의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매년 에너지의 날에 참여한 전 국민의 절전동참 효과는 놀라워, 짧은 시간의 참여로 원전 1기의 발전량을 줄일 정도다. 단지 1년이 아니라 2004년 제1회 에너지의 날로부터 2014년 11회 에너지의 날까지 이어졌다. 시민들이 에너지를 줄이는 시민행동을 통해 수요조절 중심의 전력 정책과 국가 탄소 감축 정책의 성공 동력을 만들어온 것이다.
오는 4월 8일부터 12일까지 전 세계 147개국의 도시 대표들이 서울을 방문하는 ‘세계 최대의 도시 네트워크’인 ‘이클레이(ICLEI)’ 세계도시 기후환경 총회가 열린다. 이클레이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국제사회의 양대 축으로, 현재 87개국의 1000여개 도시와 지방정부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을 비롯한 51개 도시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서울총회에서는 도시 간 기후협력과 도시별 탄소 감축 프로그램 실천을 결의하고 2020년 이후 전 세계가 예외 없이 참여하게 될 새로운 탄소 감축 체제인 신기후체제의 지원책에 대한 합의를 담은 ‘서울선언문’을 발표한다.
이러한 세계 도시정부 차원의 ‘서울선언문’ 외에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서울시민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만민 공동회’라는 대토론회 등으로 ‘1인 1t 탄소를 감축’하기 위한 의지와 실천 방안을 담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서울의 약속’도 선포한다. 시민의 참여로 만든 ‘서울의 약속’을 포함한 서울총회의 성과는 오는 12월 파리에서 열릴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1)에 ‘지혜로운 합의와 강력한 기후행동의 결의’라는 최선의 결과를 요구할 것이다.
신기후체제가 성공해야 지구에 미래가 있다. 신기후체제 논의의 장인 21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 서울총회의 ‘성과’와 불을 끄고 별을 켜는 기후행동으로 시민마다 1t의 탄소를 감축한다는 ‘결의’, 지구의 미래를 기후 파국에서 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서울의 약속’이 전 세계 시민들에게 전달되기를 희망한다.
홍혜란 서울시 환경인 명예부시장
[기고-홍혜란] 서울이 전하는 기후의 미래
입력 2015-03-31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