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국장 ‘조문 외교’] 朴 대통령-아베, 리셉션 회동 의미… ‘3국 협력체제’ 복원 메시지

입력 2015-03-30 02:52 수정 2015-03-30 09:39
박근혜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국립대학 문화센터에서 엄수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장례식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과 나란히 앉아 있다. 윗줄에는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박 대통령,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 데이비드 존스턴 캐나다 총독(왼쪽부터)이 자리 잡았다. 아랫줄에는 미국 대표로 참석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보인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오후(현지시간)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의 국장(國葬)을 계기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롯한 각국 정상과 만나 활발한 ‘조문외교’를 펼쳤다. 한·일은 물론 한·중, 한·미 등과 양자간 연쇄 조우가 이뤄진 것이다. 장례식장인 싱가포르국립대 문화센터에서의 짧은 만남이었고 환담 역시 길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갔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환담의 주제는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 합의사항의 원활한 이행’이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 합의한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정상 차원에서 함께 독려하자는 취지다. 냉랭한 한·일과 중·일 양자 관계와는 별도로 한·중·일 3국 간 협력체제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박 대통령의 인식을 재차 드러낸 것이다. 아베 총리 역시 “의장국 역할을 해주신 것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장례식장인 만큼 민감한 한·일 양자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만남은 장례식이 끝난 뒤 오후 5시쯤 리셉션장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을 먼저 찾아왔고 두 사람 간 인사가 오간 것이다. 앞서 장례식 이전에 1시간가량 진행됐던 정상들의 사전 환담 행사에선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 권력서열 8위의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과도 만나 최근 우리 정부가 가입을 결정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주제로 환담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토머스 도닐런 전 국가안보 보좌관을 개별적으로 만났다. 이들은 박 대통령에게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앞으로 지혜와 필요한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검은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오후 12시50분쯤 장례식장에 도착, 각국 대표들과 함께 행사장에 입장했다. 박 대통령이 식장에 머문 시간은 4시간15분이었다. 박 대통령은 조문록에 영문으로 “리콴유 전 총리는 우리 시대의 기념비적인 지도자(a monumental leader of our time)였다”며 “그의 이름은 세계사 페이지에 영원히 각인될 것(his name will remain forever engraved in the pages of world history)”이라고 적었다. 또 “한국민은 리 전 총리를 잃은 슬픔을 싱가포르의 모든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대통령은 미·중·일 외에도 훈센 캄보디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등 각국 정상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장례식장에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회원국과 국방협력 5개국 협의체의 18개국 정상급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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