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회삿돈 빼돌려 또 해외 도박 혐의

입력 2015-03-30 02:33

재계 27위의 동국제강 장세주(62·사진) 회장이 거액 회삿돈을 빼돌려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장 회장은 25년 전 ‘마카오 국제도박단 사건’ 때도 구속된 전력이 있다. 이번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거액 도박을 한 혐의가 포착됐다. 검찰은 횡령·배임, 탈세,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장 회장 일가의 경영비리 전반을 수사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28∼29일 서울 중구의 동국제강 본사(페럼타워)와 계열사 사무실, 장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본사 압수는 28일 오전 9시부터 18시간가량 고강도로 진행됐으며, 증거인멸 시도가 의심되는 직원 두세 명이 현장에서 체포됐다. 장 회장 가족과 주요 경영진 등 10여명은 출국금지됐다.

검찰은 장 회장이 회삿돈 수백만 달러를 횡령해 라스베이거스의 초특급 카지노호텔에서 상습적으로 도박한 혐의를 두고 있다. 도박판에서 수십억원을 따기도 했다고 한다. 동국제강 미국법인(DKI)이나 본사 사옥 관리를 독점하는 페럼인프라 등에서 조성된 돈이 도박자금의 원천일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미 국세청과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으며, 미 당국에도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장 회장은 30대였던 1990년에도 마카오 원정도박으로 구속됐었다. 서울지검 강력부는 당시 조직폭력배가 낀 국제도박단을 적발해 장 회장 등 해외 도박자 9명을 상습도박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장 회장은 마카오 카지노에 사흘간 머물며 돈을 잃자 ‘서방파’ 출신 도박단 두목에게 100만 홍콩달러를 빌렸고 이마저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 회장은 부친의 뒤를 이어 회장에 취임한 뒤인 2004년 400억원대 회사 예금을 가족들의 대출 담보로 제공하고, 회삿돈 160억원을 개인채무 변제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형이 확정됐으나, 2007년 2월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았다.

검찰은 동국제강이 미국·일본·홍콩 등 해외법인을 이용해 2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법인의 경우 현지 고철 납품업체로부터 100억원대 거래대금을 송금받아 일부를 손실 처리해 빼돌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동국제강이 장 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거래대금을 허위로 꾸며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의혹도 살펴볼 방침이다. 수사를 맡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대기업 불공정 거래 사건 전담을 위해 올해 신설됐으며, 사실상 ‘대기업 담당 특수부’ 역할도 맡고 있다.

동국제강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거론된 여러 대기업보다 먼저 ‘타깃’이 된 것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포착된 죄질이 상대적으로 나쁘고 수사할 만큼의 자료가 확보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 측은 “4년 전 국세청으로부터 역외탈세 등 이유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지만 문제없이 넘어갔다”며 “이번 수사로 국내외 투자 및 영업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