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별세를 계기로 그가 이룩한 싱가포르의 정치 경제 사회 등 시스템에도 변화가 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10년 넘게 집권해 온 그의 아들 리셴룽(李顯龍·63) 총리의 새로운 리더십이 싱가포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뜨겁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리 총리가 ‘가부장적인’ 아버지 리 전 총리와 달리 온건한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미시간대 로스 경영대학원의 린다 림 교수는 리 총리의 리더십을 신발에 빗대 “리 총리는 오랫동안 자신의 신발을 신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록 아버지(리 전 총리)의 신발과 재질은 비슷하지만 디자인과 색깔만큼은 이미 1990년부터 변화를 줬다”고 덧붙였다. 지극히 열정적이고 국가 중심적인 화법을 구사했던 아버지와 달리 리 총리는 오래전부터 대중 친화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적극 활용해 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리 전 총리의 ‘실용주의 노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구축해놓은 효율적인 정부, 친(親)기업 경제정책, 질서 유지를 위한 강력한 법치 등의 기조는 아들 리 총리 통치 하에서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리 총리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정치·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확대 요구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WSJ는 전망했다. 싱가포르는 리 전 총리가 창당한 집권 인민행동당(PAP)이 1959년부터 지금까지 장기 집권해 오며 전체 87개 의석 가운데 81개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상 일당독재 체제다. 하지만 총선 때마다 지지율이 내려가고 있어 리콴유식 ‘싱가포르 모델’에 금이 가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진단하기도 했다. NYT는 리 전 총리의 영향력 아래 결속해 온 PAP가 앞으로 여러 파벌로 쪼개져 ‘다당제’로 변화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급격한 경제 성장에 따른 빈부 격차와 치솟은 집값, 물가로 인한 불만도 리 총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종선 기자
[관련기사 보기]
[리콴유 국장 ‘조문 외교’] 리셴룽, 실용주의 노선 유지할 듯… 리콴유 사후 새 리더십 관심
입력 2015-03-30 02:40 수정 2015-03-30 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