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수뇌부의 물밑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들이 공개·비공개 회동을 수시로 갖고 시각차를 좁히고 있다. 여권 내부의 고질병으로 꼽혀 온 불통 논란을 극복하고 의견 조율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국무총리,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23일 서울시내 모처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가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9일 “세 사람이 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면서 “이 총리, 이 실장 체제의 등장 이후 여권 내부의 소통이 예전보다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7일에는 김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유승민 원내대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저녁을 함께했다. 여당 서열 1·2위인 당 대표와 원내대표, 친박 좌장(서 최고위원), 경제수장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계파로 분류하면 비주류(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와 친박(서 최고위원·최 부총리)의 회동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 간 관계는 껄끄럽고 유 원내대표와 최 부총리도 편한 사이가 아니어서 4자 회동은 더욱 주목받았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유 원내대표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현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밖에서 보듯이 당청 관계나 당 내부의 계파 갈등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면서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친박과 비주류라는 계파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정청 3각 편대의 수장들도 소통에 적극적이다. 김 대표는 지난 18일 재선 의원들과 저녁을 함께하는 등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이 총리는 여당 지도부는 물론 이 실장과도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은 지난 26일 여의도를 찾아 여당 원내지도부와 만찬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더 이상 아군끼리 교전하면 ‘모두가 끝’이라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공무원연금 개혁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논란 등 머리를 맞댈 현안이 많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여권 내부가 화학적 결합을 하기에는 아직도 멀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서 최고위원의 반발로 새누리당의 부실 지역구 당협위원장 교체는 올스톱 상태다. 수도권 의원은 “여권의 4자 회동도 지난 2월 한 번 열리고 다시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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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30 02:54 수정 2015-03-30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