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살림밑천’ 기업은 ‘인지도 상승’…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 어떻게 진화했나

입력 2015-03-31 02:49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를 한다는 타이어뱅크가 무슨 회사죠? 엠블램(상징)이 신용카드 같이 생긴 걸 보니 금융 쪽 회사인 것 같은데." "'신발보다 싼 타이어 판다'는 회사 모르세요?" 최근 한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다. 지난 3일 한국프로야구(KBO)는 타이어뱅크를 2015년부터 3시즌 동안 KBO리그 타이틀 스폰서로 확정하고 조인식을 진행했다. 타이어뱅크의 연간 후원 금액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 동안 KBO 스폰서였던 한국야쿠르트와 비슷한 수준인 7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타이어뱅크가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로 나섰을 때 사람들은 우려했다. 프로 스포츠의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게 공통된 이야기였다. "야구도 끝났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나왔다.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의 역사=프로야구에 타이틀 스폰서가 등장한 건 2000 시즌부터다. 당시 KBO는 삼성증권과 처음으로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1년간 30억원에 공식 후원계약을 맺었다.

정규시즌 타이틀 스폰서는 미국의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다. 타이틀 스폰서가 한국 프로야구에 등장하게 된 데엔 불편한 속사정이 있다. 바로 재정 자립도가 미흡한 것이다.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고 먹고살기 충분한 미국의 프로야구와 달리 한국은 입장권 수입만으로는 리그를 운영하기 어렵다. 연간 60억원이 넘는 수입은 방송중계권과 함께 리그 운영의 동력이 된다. 이는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 스포츠 종목에 해당되는 얘기다.

타이틀 스폰서로 지원하는 후원 금액은 해당 종목의 인기와 비례한다. KBO는 삼성증권과 2001년 35억원에 후원계약을 맺었으며, 2002년 1월엔 3년간 광고비를 포함해 총액 115억원에 계약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타이틀 스폰서로 나섰다. 2005년 1년간 45억원, 2006년엔 50억원을 내고 계약을 연장했다.

위기도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손’ 삼성이 프로 스포츠 후원 중단을 발표했다. 삼성증권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2000년부터 프로야구를 후원하던 삼성이 빠지면서 프로야구는 새로운 타이틀 스폰서를 구해야 했다. 막판 야구 게임 ‘마구마구’를 운영하는 CJ 인터넷과 3년간 총액 105억원, 연간 35억원에 극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고비를 넘겼다.

◇타이틀 스폰서의 경제적 가치=타이틀 스폰서의 금액은 해당 리그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65억원 안팎이었다. 다른 프로 스포츠 종목이 20억∼40억원 수준인 것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이는 다른 종목에 비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경기 시간이 길기 때문에 미디어 노출 빈도가 높다. 관중 동원 능력도 한몫 한다. 한국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획득하면서 700만 관중이 몰렸다. 올해는 10개 구단이 되면서 800만 관중 돌파를 목표로 잡았다. 그 결과 타이틀 스폰서로 받는 계약금도 급상승했다.

그렇다면 타이틀 스폰서의 경제적 효과는 있을까. 스포츠마케팅과 미디어분석 전문업체인 SMS리서치앤컨설팅이 프로야구 타이틀스폰서 미디어노출 효과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그 가치는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로 나섰던 한국야쿠르트는 65억원을 투자해 1159억618만원의 미디어 노출 효과를 봤다. 엠블럼 노출 등을 통한 노출 빈도와 시간 등을 따져 산정한 액수다. 세분화해서 보면 TV 중계로 901억9306만원, 공중파 3개사 스포츠 뉴스로 27억7436만원,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으로 104억9513만원의 효과를 누렸다, 신문 기사와 사진은 20억4160만원,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생중계는 104억203만원으로 나타났다. 한국야쿠르트 계열의 식품전문업체 팔도 부분이 빠지면서 금액은 직전 해인 1177억6272만원보다 조금 줄었다.

미디어 노출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2011년 타이틀 스폰서를 했던 롯데카드의 경우 프로야구 정규시즌(4∼10월) 동안 야구장 주변에서 결제한 롯데카드 사용 실적이 2010년 641억원이었던 것에서 2011년 38% 늘어난 884억원을 기록했다. 타이틀 스폰서라는 인지도를 활용해 야구 관련 상품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야쿠 마케팅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 것이다.

◇타이어뱅크 ‘리트머스지’가 될까=올해 KBO는 타이어뱅크와의 타이틀스폰서 계약 성공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타이어뱅크의 성공이 향후 중견기업을 끌어들이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KBO가 중견기업에 눈을 돌린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굳이 대기업들이 기업 인지도를 높이고 홍보를 위해 프로 스포츠에 후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단 KBO와 타이어뱅크의 만남은 양쪽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것은 아니다. 타이어뱅크는 타이틀 스폰서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높이고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91년 국내 최초로 타이어 전문점 시대를 열었고 타이어 판매업계 1위, 연 매출 30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대중적인 인지도는 떨어진다. 오래된 타이어를 싸게 판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 때문에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프로야구의 이름값으로 전체 매출의 약 2.3%를 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KBO 관계자는 “타이어뱅크는 기업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점에 KBO와 손을 잡았다. 서로 간 필요한 부분이 잘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KBO도 위험 부담은 있지만 얻는 것도 있다. 바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통해 중견기업의 매출과 인지도 상승효과만 확인된다면 프로야구의 가치도 인정받을 수 있다. 프로야구가 중견기업과 동반 성장에 나섰다는 이미지 개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케이비오피(KBOP)의 이진형 이사는 “경기 침체로 타이틀스폰서를 구하기 쉽지 않았는데 타이어뱅크가 흔쾌히 나섰다”면서 “프로야구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