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열린 미주개발은행(IDB) 연차총회가 29일로 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총회에서 정부는 11억 달러를 중남미에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한국 기업들은 대형 프로젝트 입찰과 관련해 중남미 정부와 의견을 공유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생소하게 느껴졌던 중남미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총회를 평가했다.
총회에서 한·중남미가 거둔 실질적인 경제 협력은 한국이 중남미에 정책금융·차관 지원을 결정한 점이다. 정부는 정책금융 10억 달러와 1억 달러 한도의 인프라 개발사업 차관 등 총 11억 달러를 중남미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조2000억원에 해당한다. 정책금융 10억 달러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수출금융 등으로 이뤄진다. 재무장관 양자 면담을 통해 니카라과에 하수처리 시설 건설을 위한 6630만 달러 규모 차관을 지원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도 결정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기업이 중남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민간 차원의 협력도 활발했다. 정부는 부대행사로 비즈니스 서밋을 열고 한·중남미 관료·기업인의 일대일 상담회를 열었다. 400여개 기업이 참가해 800여회 상담이 성사됐다. 왕동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실장은 “이번에 체결이 결정된 수출·수입 계약은 없지만 잠정적으로 계약 체결을 약속한 경우는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계약 체결 결과는 다음달 중 발표된다. 74억 달러 규모의 콜롬비아 보고타 지하철사업, 9억 달러 규모의 파라과이 철도·국도 사업에 한국이 입찰을 결정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한국이 연차총회를 개최한 것을 계기로 이번에 IDB 의장직을 맡았다. IDB 의장으로 있는 1년 동안 한·중남미 간 경제 협력의 기틀을 다지고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 계획이다. 또 IDB의 민간부문 지원조직 통합 논의와 관련해 IDB 내 지분율도 높일 방침이다. 현재 한국의 IDB 지분율은 0.002%밖에 안 된다. 최 부총리는 “새로 출범하는 민간부문 지원조직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지분율을 확보토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본격적으로 IDB 내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목표다.
박근혜 대통령은 IDB 연차총회를 계기로 곧 중남미를 순방할 계획이다. 루이스 알프레도 모레노 IDB 총재는 “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은 한·중남미 경제협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윤성민 기자
“중남미 붐 만들 것… 11억 달러 지원”
입력 2015-03-30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