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北에 이웃사랑 전하는 중재자 돼라”… ‘월요평화기도회’ 지도자 보네베르거 목사 강연

입력 2015-03-30 02:12
크리스토프 보네베르거 목사가 29일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 주일 예배에서 옛 동독 시절의 ‘평화기도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용인=강민석 선임기자
27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교회 지도자 및 통일 관련 단체장 조찬기도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보네베르거 목사. 이사야 기자
독일 통일의 도화선이 된 옛 동독 라이프치히 ‘성 니콜라이 교회 월요평화기도회’의 지도자 크리스토프 보네베르거(71) 목사는 29일 “한국교회는 북한에 이웃사랑을 전하는 중재자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네베르거 목사는 이날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 주일예배에서 독일 통일에 기여한 독일교회의 사역과 경험들을 성도들에게 전했다.

자신을 라이프치히 출신의 은퇴 목회자라고 소개한 보네베르거 목사는 “1982년 시작한 월요기도회에서는 반전평화와 인권, 여성, 환경, 제3세계 문제 등에 대해 기도했다”면서 “옛 동독의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시사토론회를 진행하는 등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충실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분단현실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통일 이전의 옛 동독은 인권운동과 종교생활이 가능했지만 폐쇄적인 북한의 현실은 여러 면에서 다를 것”이라며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이해관계를 떠나서 북한을 향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 통일은 이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아직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러시아, 중국과 독일이 모두 무기를 팔아 이윤을 남기고 있으며, 우리 가운데 많은 이들이 이런 무기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칼에서 쟁기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길 원한다”며 “진실과 비폭력, 그리고 사랑이 존재하는 공동체를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일기독의원연맹,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등으로 구성된 ‘한국교계-국회평신도 5단체협의회’(상임대표 김영진 장로)는 보네베르거 목사에게 감사패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보네베르거 목사는 이날 오후 한생명살리기운동본부(이사장 김성이) 주관으로 서울 영락교회(이철신 목사)에서 탈북 청소년들과 만남을 가졌다. 그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하나님이 독일을 통일의 길로 인도하셨듯이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도하면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도 이뤄주실 것”이라며 지속적인 기도를 당부했다.

보네베르거 목사는 27일 우리민족교류협회와 ㈔평화한국이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피스 코리아 국제 심포지엄’의 한국교회 지도자 및 통일 관련 단체장 조찬기도회에서도 강사로 나섰다.

그는 “여러 방해에도 불구하고 드레스덴에서 매주 월요일 평화기도회를 진행했다”며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한 기도회는 라이프치히로 이어졌고 이후 더 많은 기도 그룹들이 모여 1991년까지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도회에서는 독일 통일을 포함해 평화와 인권 등을 놓고 기도했다”며 “사람들이 폭력과 억압에서 어떻게 벗어나고 독일이 무엇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회고했다. 또 “지금도 사회문제의 평화적 해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진실과 사랑으로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연에 앞서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한 목자의 심정’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오정현(사랑의교회) 목사는 “교회는 성도들을 품고 돌보는 제사장적 사역과 시대의 선지자적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며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사역하다 보면 답답한 시대상황 앞에서 비관하고 비판하는 일도 많지만 피 흘림이 없는 복음적 평화통일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석대 주도홍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통일을 위해 먼저 사람이 하나 돼야 한다”면서 “교회는 사람의 통일을 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순수한 박애정신을 바탕으로 북한 주민을 섬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교회가 통일 파트너임을 인식하고 교회는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통일 연구를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네베르거 목사는 다음달 2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영남신학대에서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출국 때까지 신학대 강연과 교회예배, 평화통일기도회 등에 참석해 독일 통일의 경험을 나눌 예정이다. 그는 ㈔우리민족교류협회가 개최한 ‘드레스덴 선언 1주년 기념 피스코리아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6일 방한했다.

용인=유영대 기자, 이사야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