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안심전환대출을 20조원 추가 공급키로 한 것은 가계부채에 대한 국민적 부담과 관심을 동시에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목표치 20조원 한도가 소진되자마자 추가대책을 발표했다. 은행권의 이자수익 감소, 주택금융공사의 건전성 악화 우려를 무릅쓰고 대출재원 한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등 ‘비상대책’을 가동해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제2금융권 대출자와 기존 정부 방침을 믿고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고객 등 안심전환대출에서 제외된 이들과의 형평성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추가 공급분 20조원 한도가 초과되면 선착순이었던 1차때와 달리 주택가격이 낮은 저소득층부터 선발하겠다는 대안을 내놨지만 안심전환대출로 시작된 가계부채 개선대책의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발표 내용에는 가계부채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전환 수요가 폭발한 데 따른 당혹감이 묻어난다. 우선 안심전환대출이 확대되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42조2000억원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자만 갚다 거치기간이 끝나 원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대출자들이 2.6%대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방식으로 빚을 갚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40조원 전환 시 2016년 달성이 목표였던 고정금리·분할상환 비중 30%를 조기에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형평성 논란은 여전하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저소득·저신용층에 대한 배려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금융위는 “제2금융권 대출자는 원금 상환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 분할상환 대출 수요가 크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다. 대신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 등 기존 정책모기지를 활용하라는 설명이지만 금리가 낮은 안심전환대출과 차이가 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되면 정책모기지 금리도 떨어져 안심전환대출과의 차이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의 성공이 되레 ‘착시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가계부채에서 고정금리·분할상환 비중이 커지면서 전체 관리지표는 다소 개선되겠지만 원금을 함께 갚는 방식이어서 일정기간이 지나면 상환 부담에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 또 갚아야 할 원금이 기존보다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가계의 소비여력이 떨어져 경기활성화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1차 안심전환대출 미시분석 결과를 보면 대출자의 평균 소득은 4100만원 수준이어서 원금을 갚고 나면 여윳돈이 많지 않은 계층이 대부분이다.
기존 주택담보대출보다 약 0.9% 포인트에 해당하는 이자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은행권의 불만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차분 20조원에 해당하는 은행권 이자 손실만 최대 1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금융공사의 건전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발행한도를 최대한 끌어올린 만큼 주택금융공사가 부실해지지 않도록 한국은행과 정부 등 주주들의 추가 출자로 주금공의 자본금을 키워줘야 한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선착순 아닌 일괄 접수 ‘대출 열외’ 형평성 논란 커질 듯… 안심대출 규모 부랴부랴 확대
입력 2015-03-30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