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너무 잘하면 월세인상 빌미 될수도 터 잡은 곳에선 지역민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입력 2015-03-30 02:03
‘골목사장 생존법’을 쓴 김남균씨가 지난 24일 서울 상수동 카페 ‘그문화다방’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서영희 기자
서울 신촌의 변두리였던 ‘홍대 앞’ 상권이 이토록 성장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인근 서울화력발전소(당인리발전소)의 연료가 90년대 초 석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바뀌며 이 동네를 지나던 석탄 운반 철로(지금의 주차장거리)가 사라졌다. 괜찮은 땅이 공급되자 건물이 들어섰고, 미술학도 자녀에게 작업실을 얻어주려는 부모들이 찾아왔다. 아지트가 생긴 젊은 예술가들은 친구들 불러다 함께 놀면서 홍대 앞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갔다.

김남균(42)씨도 그런 젊은이 중 하나였다. 홍대 앞 주차장거리 일대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일러스트레이터 겸 전시·축제 기획자로 활동했다. 2011년에는 당인리발전소 부근의 한적한 골목으로 옮겨 카페 겸 갤러리 ‘그문화다방’을 열었다. 그리고 4년 만에 책을 냈는데, 제목이 ‘골목사장 생존법’이다. 미술을 전공한 문화기획자가 한국에서 자영업자로 살아남는 요령을 연구한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주 그문화다방에서 김씨를 만났다.

“홍대 앞에서 15년을 지냈는데 10번 가까이 이사했어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치솟는 임차료 때문에요. 이 골목에 온 것도 결국 중심 상권 월세를 버티지 못하고 밀려난 거죠. 일본에선 유명한 가게들이 한 곳에서 100년씩 장사한다는데 우리는 왜 안 될까, 궁금해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강남 가로수길에서 건물주 리쌍과 곱창집 임차상인의 ‘권리금 분쟁’이 벌어졌을 때 비슷한 처지의 상인들이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을 결성했다. 그 모임이 주로 열렸던 곳이 그문화다방이었다. 김씨는 맘상모 학술국장을 맡고 있다. 리쌍 건물 소송에서 곱창집 상인을 대리했던 김남주 변호사와 함께 ‘골목사장 생존법’을 준비했다.

책은 가상인물 ‘철수’씨가 직장에 사표를 내고 카페 창업에 뛰어드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장사할 점포를 물색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부터 가게 인테리어 하기, 알바 구하기, 건물주 상대하기, 명도소송 대응하기, 그리고 만약 빚을 떠안고 쫓겨나게 될 경우 대처하는 요령까지 구체적인 지침을 담았다.

김씨가 세밀하게 설정한 창업의 각 상황에는 맘상모 활동 경험이 녹아 있다. 예를 들어 ‘갑자가 건물주가 가게에 자주 찾아와 안부를 묻는다면, 혹시 건물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구상하는 것일 수 있다’거나 ‘건물주가 계약 때 미리 작성하자고 하는 제소전 화해조서(提訴前 和解詔書)란 건 정말 무서운 문서’라는 식의 팁이 그렇다.

김씨는 일본의 ‘100년 가게’가 우리나라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건 장인정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일본의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을 벤치마킹했는데, 그에 비하면 임차상인 보호 조항이 너무 허술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해 권리금을 법제화하는 등 지난해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발이 묶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골목사장으로 생존하는 비법은 없을까. 김씨에게 책에 없는 노하우를 알려 달라 하자 두 가지를 얘기했다.

“카페 인테리어를 너무 잘하려 하지 마세요. 부메랑이 될 수 있어요. 실제론 장사가 그만그만한데 겉보기에 화려하니 월세 올리는 요인이 됩니다. 그럼 주변의 다른 가게 월세도 따라 오르니까 민폐인 셈이죠. 또 터를 잡은 곳에서 그 동네 사람이 돼야 해요. 끊임없이 소통해야 상권에 대한 정보, 예를 들어 건물주들의 움직임 같은 정보를 들을 수 있습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