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설립 준비위원이었던 ‘한국교회 저격수’ 종자연, 봉은사역명 종교편향엔 2달째 침묵

입력 2015-03-30 02:19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 6월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에서 열린 불교생명윤리협회 좌담회에서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등과 대화하며 “시민들이 출근 전 참선과 발우공양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여러 사회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닷컴 인터넷 사이트 캡쳐
봉은사 미래위원장을 지낸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국교회를 집중 공격해온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 설립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종자연은 '종교편향'이라는 일방적인 잣대로 한국교회를 집요하게 비판해 왔지만 봉은사역 종교편향 논란에 대해선 2개월째 함구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 종자연 준비위원으로 활동=박 시장은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로 재직하던 2006년 종자연 개원 준비위원으로 활동했다. 인터넷 언론 ‘당당뉴스’의 2006년 4월 2일 보도에 따르면 박 시장은 시민단체 대표로 종자연 준비위원 51명에 포함됐다. 종자연은 참여불교재가연대(재가연대)가 한국교회를 공격하기 위해 설립한 위장 시민단체다. 재가연대는 2004년 종자연 설립을 결의했고 2006년 공식 개원했다. 준비위원에는 박광서 종자연 대표, 전 대광고 교목 류상태씨, 송기춘 전북대 교수 등 종교·시민운동·학술계 인사들이 선임됐다.

박 대표는 종자연 설립을 주도한 인물로 ‘종교편향’ 논리를 내세운 ‘핵심 브레인’이다. 류씨는 강의석씨와 함께 미션스쿨의 채플반대 운동을 일으켰다. 송 교수는 강씨의 소송 대리인으로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을 맡아 미션스쿨의 종교차별 실태를 조사했다.

이렇게 출범한 종자연은 미션스쿨의 종교교육, 사랑의교회 건축 등을 문제 삼으며 논평, 세미나·기자회견, 여론조사, 민사소송, 입법청원, 헌법소원심판청구, 진정, 신고 등을 통해 한국교회에 불리한 방향으로 종교편향 문제를 부각시켰다(표 참조).

종자연은 특히 대한불교조계종에서 9500만원 이상을 지원받아 ‘종교편향’ 논리를 개발했다. 공익소송인단을 모집해 대광고 관련 소송에 뛰어들었고, 사랑의교회 건축 반대 서명운동을 주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설치된 ‘공직자 종교차별 신고센터’의 산파 역할도 했다.

박 시장과 박 대표 간 관계는 종자연 설립 이후에도 이어졌다. 박 시장은 2012년 6월 시장 신분으로 박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불교생명윤리협회 좌담회에 참석해 “시민들이 출근 전 참선과 발우공양(鉢盂供養·사찰에서 승려들이 식사하는 방법)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에너지 절약도 되고 여러 사회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과 박 대표는 2002년에는 재가연대 임원으로 함께 활동했으며, 1998년 조계종 종단 분규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불교 바로서기를 염원하는 지성인 선언’의 서명을 주도했다. 국민일보는 박 시장이 종자연 준비위원을 맡게 된 경위와 현재도 교류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27일 서울시장실로 연락했으나 3일째 답변을 얻지 못했다.

◇한국교회엔 마구잡이 공격, 불교의 종교편향엔 침묵=종자연은 그동안 한국교회 관련 사안에 대해선 편파적인 잣대를 들이댔다. 서울광장에 설치된 성탄트리 십자가도 종교편향이라고 공격하고 ‘서울 대치동 일부 도로를 칼빈길이라는 명예도로로 해 달라’는 칼빈탄생500주년기념사업회의 요청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미래창조과학부의 명칭이 창조과학을 연상시킨다’며 범불교차원의 강력대응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개 사찰명을 서울지하철 9호선 역명으로 확정하고, 개신교보다 110배 많은 불교예산을 편성한 박 시장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오히려 이달 초 ‘현대불교’와 인터뷰에서 “종교적 관점에서 (봉은사역이) ‘된다, 안 된다’를 다투는 것은 근시안적 행위로 우리 사회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라며 박 시장을 두둔했다.

국민일보는 종자연에 봉은사역명 논란 및 박 시장의 불교편중 예산에 대한 공식 입장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할 말이 없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종자연의 침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TX 통도사역 논란(2010년), 사찰 통행료 징수 위헌 결정(2012년), 매년 180억원 이상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템플스테이 등 불교계의 종교편향 문제에 대해선 일체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종자연의 편파적 종교편향 논리는 비뚤어진 종교관, 기독교에 대한 극단적 혐오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높다. 이 같은 사실은 종자연을 설립하고 종교편향 논리를 펴고 있는 박 대표의 인식에 그대로 나타난다.

박 대표는 2008년 7월 한국불교학회 학술워크숍에서 “기독교공화국이란 비난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면서 “종교자유와 정교분리의 헌법정신을 지켜내기 위한 불자들의 의식화와 단호한 결단 없이는 2등 국민 대접을 면할 길은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9년 ‘종교편향 종식을 위한 범불교도대회 1주년 기념세미나’에서도 비슷한 논리를 폈다. 2011년 ‘불교평론’에 투고한 글에선 “개신교의 공격적인 선교행위에 대처하기 위해 민족종교를 껴안고 천주교와 연대하라” “무종교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라”는 충고까지 했다.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는 “불교가 앞에선 평화와 관용을 말하지만 뒤에선 위장 시민단체를 만들어 한국교회를 공격하고 있다”면서 “종교편향 이슈의 최전선에 섰던 종자연이 봉은사역명 논란 앞에 침묵하고 있는 사실에서 이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박 시장도 정직하게 자신의 정체와 종교관을 밝히고 봉은사역명을 코엑스역으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