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서울대 학생들이 청소년과학대회의 논문 대필자를 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나눴다며 이를 고발하는 캡처 사진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 돈을 주고라도 ‘스펙’을 쌓아주겠다는 학부모의 비뚤어진 인식과 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대학생의 윤리의식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 교육의 뿌리 깊은 관행 아닌가” 하는 푸념 섞인 댓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논란은 한 네티즌의 고발에서 시작됐습니다. 자신을 서울대생이라고 소개한 네티즌은 28일 한 커뮤니티의 익명 게시판에 동아리 모바일 메신저 그룹 채팅방 화면(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대화는 한 과학재단이 주최하는 청소년과학탐구대회의 논문을 대신 쓸 지원자를 찾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장애인 공공시설에 숨은 과학적 원리를 조사하고, 이를 발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하시오”라는 프로젝트를 알리며 “사례가 100(만원)인데 할 사람”이라고 남겼습니다. 누군가 “상금이냐 사례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처음 글을 쓴 사람은 “그냥 사례”라면서 “고딩(고등학교)대회 대필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필을 고발한 네티즌은 “프로젝트니 뭐니 하면서 잘 포장했는데 결국은 부모가 자식의 스펙 하나를 100만원에 사겠다는 뜻”이라며 “들어보니 1년에도 몇 번씩 이런 글이 올라온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런 행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입학사정관제 등 수시 전형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네티즌들은 학부모의 행동에 분개했습니다. 또 대한민국 최고 지성이 모인다는 서울대 학생들이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에도 개탄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이 대회를 나가려고 며칠을 고민하면서 친구들이랑 실험 계획을 세웠는데 다른 애들은 과학고 선생님과 팀을 짰다는 소리를 듣고 우울했다”며 “그런데 서울대생이 써준 논문을 들고 대회에 출전하는 애들도 있다니 정말 기운이 빠진다”고 적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중에는 미대생에게 돈을 주고 포트폴리오용 작품을 사오거나 학원 강사에게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도 숱하다”고 알리기도 했습니다.
씁쓸합니다. 이런 관행은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겠죠. 논문 대필자를 찾아 헤매는 부모들께 묻고 싶습니다. 부모가 돈으로 사준 거짓 스펙을 받아든 당신의 자녀는 과연 정정당당한 경쟁을 할 준비가 돼 있을까요?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청소년과학대회 논문 대필 구함’ 서울대생 채팅방서 관행처럼 모집…
입력 2015-03-30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