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기억할 일 하겠다” 자살비행 암시

입력 2015-03-30 02:49
150명의 희생자를 낸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 추락현장인 프랑스 알프스 지역 르베르네에서 28일(현지시간) 구조대원들이 묵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저가 항공사 저먼윙스 여객기를 고의로 추락시킨 것으로 지목된 안드레아스 루비츠(28) 부기장이 사고를 예고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는 또 모회사인 루프트한자의 기장이 되고 싶은 포부가 있었으나 건강상 문제로 어렵게 된 뒤 이번 일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루비츠의 전 여자친구인 마리아(26)는 28일(현지시간)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루비츠가 ‘시스템을 바꿔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의 이름을 알게 되고 또 기억하게 하는 일을 벌이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마리아는 “당시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그가 (대형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에 취직하고 싶어 했고, 또 (대륙을 오가는) 장거리 노선에서 기장으로 일해 보는 게 꿈이었다”면서 “그런데 건강 문제 때문에 그게 어렵게 되니까 이번에 사고를 냈다”고 추정했다. 이어 “그는 평소에는 좋은 사람이었으나 일 얘기를 하다보면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다”면서 “급여가 너무 적은 반면에 계약조건이나 일에 대한 중압감은 큰 것에 자주 분노했었다”고 소개했다. 루비츠가 아울러 밤에 악몽을 꾼 뒤 ‘지금 추락하고 있어’라고 외치며 자주 잠에서 깼었다고 마리아는 회고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마리아는 스튜어디스로 일하며 주로 유럽 노선에서 루비츠와 같은 비행기를 탄 것을 인연으로 지난해 5개월 정도 사귀었으나 지금은 노선이 달라지면서 헤어졌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루비츠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결과 그가 안과 전문의에게 시력 문제와 관련한 진료를 받은 사실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루비츠는 시력 문제를 우울증 병력과 같이 회사 측에 숨긴 것으로 보이며 이는 오는 7월 갱신 예정인 비행 자격을 박탈당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고 WSJ은 전했다. 독일 일간 디 벨트는 루비츠의 자택에서 정신질환 치료약물을 다수 발견했으며 그가 정신질환을 앓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루비츠는 추락 지역인 프랑스 알프스에서 몇 년 전 글라이더를 탄 적이 있으며 추락 지역의 지형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루비츠가 글라이더를 배운 몬타바우어 비행학교 측은 프랑스 르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루비츠가 알프스를 열정적으로 좋아했으며 가끔 과하게 사로잡혀 있었다”고 밝혔다. 루비츠와 함께 글라이더를 탔던 사람들도 그가 이번 추락지점의 지형을 잘 알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