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주목! 이 클리닉] ⑦ 순천향대서울병원 유방센터 이민혁 교수팀

입력 2015-03-31 02:02
순천향대서울병원 유방센터 의료진이 최적의 개인 맞춤 유방암 절제수술과 즉시 유방재건 성형수술을 위해 치료계획을 협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석 외과 전공의, 정홍규 외과 전임의, 이민혁 교수(센터장), 강상규 성형외과 교수, 옥시영 마취과 교수, 김정미 간호사.순천향대서울병원 제공
이민혁 교수
유방암 수술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유방절제술에서 유방보존술로, 그리고 최근에는 유방절제술 후 즉시 재건술로 발전하고 있다.

유방절제술은 암에 걸린 유방을 모두 잘라내는 수술법, 유방보존술은 눈에 보이는 암 조직만 들어내고 나머지 유방을 보존하는 수술법을 가리킨다. 또 유방절제술 후 재건술이란 유방을 암과 함께 잘라낸 후 곧바로 본래의 유방 원형을 복원해주는 재건성형 수술법을 말한다.

한국유방암학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방절제술은 2005년까지 유방외과 의사들에게 표준 수술법으로 통했지만 그 이듬해부터 유방보존술이 유방절제술보다 많이 시술되기 시작했다. 2012년 이후 국내에서 수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들 중 유방보존술을 받은 환자는 67%,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33% 정도. 유방보존술이 유방절제술보다 2배 가까이 많이 시술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역시 최근 들어 다시 변화하기 시작했다. 재발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하는 유방보존술보다 아예 암의 싹을 모두 없애는 유방절제술 후 즉시 유방재건성형수술을 통해 재발 우려를 불식시킴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자는 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미국암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유방절제술 후 즉시 유방재건 성형수술을 받는 환자수가 과거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미국 동부지역은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 중 60∼70%가 곧바로 유방재건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유방센터 이민혁(66) 교수팀은 유방암 수술의 최신 경향이랄 수 있는 유방절제술 후 즉시 유방재건 성형수술을 선도하고 있는 외과 의료진이다. 이 교수팀이 수술하는 유방암 환자 중 60%가 미국과 같이 유방절제술 후 즉시 유방재건 성형수술을 받고 있다. 이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을 지난해 가을 대한외과학회 추계 학술대회 때 보고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지만 지금은 종합건강검진 등의 영향으로 발암 초기에 조기 발견되는 유방암 환자가 많은데다 하루를 살더라도 삶의 질 향상을 더 높이는데 초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치료 패턴이 환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팀이 유방암 수술 시 치료는 기본이고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여성의 상징인 유방의 미용 문제도 충분히 고려하게 된 까닭이다.

실제 이 교수팀은 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도 고려한다. 기왕이면 재발 우려가 없고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는 방법, 그리고 미용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환자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렇듯 유방보존술보다 유방절제술이 다시 각광받게 된 데는 유방 전 절제 및 유방재건 성형수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덕분이다.

과거의 유방절제술은 유두, 유륜, 광범위한 유방피부 및 유선조직을 절제한 다음에 유방재건 성형수술을 시행했었다. 그러다보니 유방피부를 광범위하게 절제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수술 흉터가 크게 남아 재건성형 수술을 한대도 반대편의 유방과 비슷하게 복원하기가 사실상 어려웠다.

이에 따라 이 교수팀은 유방피부는 보존하고 유두와 유륜만 도려내 암세포로 오염된 유방조직을 완전히 제거하는 최신 수술법인 ‘피부보존 유방절제술’을 누구보다 먼저 도입했다. 이 방법은 유륜 부위에만 수술 흉터가 남아 눈에 잘 띄지 않고 유두 및 유륜을 재건하기도 쉬운 이점이 있다.

이 교수팀은 여기에다 유방피부는 물론 유두와 유륜까지 모두 보존하는 ‘유두보존 유방절제술’을 사용, 유방절제술 후 즉시 유방재건 성형수술을 시도함으로써 유방암 환자들이 수술 후 반대편 유방과 거의 같은 모양의 유방을 갖도록 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교수팀이 이끄는 순천향대서울병원 유방센터의 또 다른 경쟁력은 유전성 유방암과 관련해 연구 및 임상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한 예로 이 교수팀은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의 유방암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총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인 여성 유전성 유방암 발병 실태를 조사했다. 유전성 유방암이란 최근 예방적 난소난관 절제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해 화제가 된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두려워한 바로 그 암이다.

이 교수팀은 한국인 유방암 생존자연구회를 결성해 이들 유방암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한 삶의 질 향상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수술 후 통증과 같은 후기 합병증과 2차 암 발생 예방, 운동 및 영양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3D프린터를 이용한 유방암 수술 후 유방재건 성형술 연구도 새로 시작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유방암 발생이 증가하고 유방 상실로 인한 여성의 사회적·심리적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4월부터 유방재건 성형수술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시행하기로 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유방암 환자들의 유방절제 수술 후 유방재건 성형수술 비용 부담은 종전 최대 1400만원에서 200만∼400만원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비용의 50%를 건강보험이 대신 부담해주기 때문이다.

☞ 이민혁 교수는

1949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68년 계성고교, 1975년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의대(1985∼1987년)와 조지타운대(1993년) 부속 병원에서 최신 유방암 치료법을 익혔다. 언제나 정갈하게 가운을 여미고 수줍은 웃음으로 환자를 맞이하기로 입소문이 나 있다. 이 교수는 일요일은 물론 명절 연휴에도 병실을 찾아 유방암 수술 환자들의 용태를 확인하는 게 오랜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다. 또 외래 진료실에선 전공의나 펠로우(전임의)에게 맡기지 않고 환자에 대한 모든 의료정보를 직접 꼼꼼하게 확인하고 챙기는 습관이 있다. 혹시 중요한 단서를 놓치는 게 있을까 염려돼서다. 6년 전 이 무렵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외과학회 춘계 워크숍에서 이사장 자격으로 축사를 하다 치명적인 흉부대동맥파열로 쓰러졌다가 응급수술을 받고 기사회생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때 개흉술의 흔적으로 가슴 한복판에 10㎝ 이상의 긴 흉터가 남았다. 2007∼2009년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 2008∼2010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및 회장을 역임했다. 2007년 유방암 관련 국제 학술대회인 GBCC의 초대 조직위원장과 대회장을 맡아 우리나라 의학계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함인석 전 경북대학교 총장, 백운이 전 경북대병원장 등과 고교 동기동창이다. 술·담배는 거의 안 하고 매주 토·일요일 한강 둔치에서 1시간 이상 걷는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하고 있다. 2014년 정년퇴임 후에도 병원에 임상교수로 남아 계속 유방암 환자를 볼 수 있는 이유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