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라고 표현했다. 아베가 인신매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처음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교묘하게 호도하기 위한 것으로 의도적이고 계산된 발언이다.
일본군 위안부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매우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구체적 범죄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성노예(sex slaves)’라고 쓰는 것도 그런 의미가 내포돼 있다. 아베가 인신매매로 표현함으로써 ‘착취하는 행위’를 인정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지만, 인신매매의 주체와 객체,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아베 정권은 위안부를 동원한 주체가 조선인들까지 포함한 민간업자들이었다는 억지 주장을 해왔기 때문에 인신매매라는 표현은 국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존의 입장과 전혀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아베는 또 위안부들을 지칭하면서 “가슴 아프다”는 표현을 썼다. 사과와 반성이라는 말은 없었다. 가해자가 아니라 제삼자의 안타까움만 표시한 것으로 책임성이 없다는 뜻이다.
아베의 위안부 관련 표현들은 다음 달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미국 여론주도층을 상대로 문제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로 사용된 것이다. 위안부 문제를 우리처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여론주도층으로 하여금 아베가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이다. 상당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외교 당국은 아베 정권의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물타기 전략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진전을 위해 일제의 전쟁범죄에 대한 명확한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워싱턴 정치권에도 분명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위안부 문제가 아베의 미 의회 연설에서 두루뭉수리로 넘어가면서 면죄부를 받는 결과가 있어서는 안 된다.
[사설] 아베 총리 ‘인신매매론’ 위안부 문제 물타기일 뿐
입력 2015-03-30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