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한국 공연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2개의 공연장이 개관할 예정이었다. 서울 잠실의 롯데콘서트홀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아시아예술극장이다. 하지만 롯데콘서트홀은 공연장 공사 자체가 늦어지면서 9월 개관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아시아예술극장의 경우엔 예정대로 9월 4일 3주간의 개관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문을 열지만, ‘실험예술 중심’과 ‘아시아 예술의 허브’라는 설립 목표를 광주에서 이룰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롯데콘서트홀은 123층 롯데월드타워 옆에 있는 롯데월드몰의 6층에 자리 잡고 있다. 아시아 최고 클래식 공연장으로 꼽히는 일본 도쿄 산토리홀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국내에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후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가능한 클래식 전용 공연장(2018석)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콘서트홀 공사장에서 인부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 공사 중단 상태가 4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측은 최근 9월 개관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올해 예정된 연주회를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롯데콘서트홀은 서울시향의 연주회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13개 연주단체 및 연주자들의 30여회 공연을 예정하고 있었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클래식계에서 공연장이 공사 지연 때문에 연주자나 연주단체 초청을 취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서 난감하다”면서 “연주자 및 연주단체들과 상호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연주회 연기 등의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의 아시아예술극장은 2023년까지 5조3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핵심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 공사가 시작돼 13년 만에 개관을 앞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시설로 아시아예술극장 외에 문화창조원, 민주평화교류원, 아시아문화정보원, 어린이문화원 등 5개 기관으로 이루어졌다.
아시아 동시대 공연예술의 허브를 지향하는 아시아예술극장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의 예술가, 예술 단체, 기획자들과 함께 작품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실제로 영화 ‘애정만세’(1994년)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는 대만 차이밍량 감독의 ‘당나라의 승려’, 싱가포르의 미디어 작가 호추니엔의 ‘만 마리의 호랑이들’, 일본의 2000년대 젊은 연극 조류의 간판 오카다 도시키의 ‘갓 블레스 베이스볼’ 등 개막 페스티벌에 초청된 작품들은 해외 페스티벌 및 극장과의 공동제작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시아예술극장의 이런 작업들이 광주 예술계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데다 개관 이후 티켓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실험적인 현대 공연예술의 경우 관객층이 두터운 서울에서도 극히 소수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단독] 롯데콘서트홀 개관, 내년으로 전면 연기
입력 2015-03-30 02:39 수정 2015-03-30 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