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누군가 한 명은 가룟 유다이다. 나를 지독히도 아프게 하는 이가 다름 아닌 가족이요, 친구라는 것은 외면하고픈 불편한 진실이다. 원하지 않아도 적어도 한 번쯤, 한 명쯤 만난다. 내 신앙은 그들을 어떻게 대하느냐로 가늠할 수 있다. 예수님처럼 가련히 여기고 포옹하든지, 아니면 베드로처럼 칼을 들고 귀를 베고 목을 치려고 하든지.
나는 그 가혹한 진실에 직면한 적이 있다. 그래서 ‘가룟 유다 딜레마’라는 책도 썼다. 글을 쓰면서 바로 내가 가룟 유다라는 입장을 취했다. 출판 이후 어느 인터뷰에서 인터뷰어가 묻는다. “자신이 가룟 유다라는 시각이 놀라웠어요. 왜지요?” 나는 그 질문 자체가 더 놀랍다. 왜? 내가 가룟 유다가 아니라면 누가 가룟 유다인가.
거창한 이념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희생시키고, 푼돈 때문에 우정이고 뭐고 다 버리는 게 나다. 그러니 내 안에 가룟 유다가 산다. 아니, 내가 가룟 유다이다. 내 인생에 끼어든 가룟 유다가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넘어 내가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는 가룟 유다라는 잔인한 진실 앞에 나는 오늘도 머리를 박고 가슴을 치며 기도한다. “주님, 제가 가룟 유다입니다. 불쌍히 여겨주소서!”
김기현 목사(로고스서원 대표)
[겨자씨] 가룟 유다
입력 2015-03-30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