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위안부 관련 ‘인신매매’ 첫 언급

입력 2015-03-28 03:56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이 확정됐다.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은 2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아베 총리에게 다음달 29일 미국 상·하원에서 합동연설을 해달라고 초청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베이너 하원의장은 “아베 총리는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첫 번째 일본 지도자가 될 것”이라며 “역사적 이벤트를 주최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총리가 미 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54년 만이다. 미국 정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이번 연설에서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과거 전쟁에 대한 입장을 일정하게 표명하고 전후 일본이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해온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27일자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을 당하고 측량할 수 없는 고통과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겪은 이들을 생각할 때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WP는 그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인신매매’라는 표현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인신매매라는 표현이 국제사회가 ‘성노예’(Sex Slavery) 사건으로 규정한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고도의 ‘물타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정치인들은 역사 앞에 겸손해져야 한다”면서 “아베 내각은 무라야마 담화 등 전임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뜻을 표한 고노 담화를 재검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에서 자신을 ‘열렬한 아베 지지자’(a great admirer of Mr. Abe)라고 밝히면서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 정치권 일각에선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비롯해 경제·안보 측면에서 큼지막한 ‘선물’을 들고 오는 아베 총리를 띄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는 한·일 협력의 중요성과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2007년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될 당시 하원의장을 지낸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다음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를 만날 가능성이 있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