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축구’는 실종됐다. 오히려 늪에 빠졌다. 눈에 띠는 ‘신데렐라’도 나오지 않았다. 유기적인 공격과 새 얼굴을 발굴하기 위한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테스트는 많은 아쉬움과 숙제를 남겼다. 내용과 결과 모두 좋지 않았다. 한국(FIFA 랭킹 56위)은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72위)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1대 1로 비겼다. 상대 전적은 9승3무1패가 됐다.
◇오히려 늪에 빠진 ‘슈틸리케호’=6월부터 시작되는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둔 한국은 공격 루트를 다양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모험적인 선발 명단을 내놨다. 이정협을 원톱으로 내세웠고 좌우 윙으로는 손흥민과 이재성을, 섀도 스트라이커로 구자철을 출격시켰다. 중원은 기성용 대신 김보경에게 맡겨 한국영과 호흡을 맞추게 했다. 포백 수비라인은 윤석영-김기희-곽태휘-정동호로 구성했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에게 안겼다.
B플랜으로 선발 라인업이 크게 바뀐 탓에 경기 초반 손발이 잘 맞지 않았다. 오히려 우즈베키스탄에게 기습적인 공격을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도 보였다. 한국의 선제골은 전반 14분 나왔다. 구자철은 손흥민이 올린 왼쪽 코너킥을 문전 왼쪽에서 헤딩슛으로 연결해 그물을 흔들었다. 한국은 주도권을 잡고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전반 30분 동점골을 허용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앙 수비가 뚫린 한국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사르도르 라시도프에게 낮은 크로스를 허용했고 조히르 쿠지바예프가 살짝 밀어 넣었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져 어이없이 골을 내주는 고질병이 도진 것이다. 후반 들어 기세가 살아난 우즈베키스탄에 고전하며 볼 점유율에서 밀렸다.
◇슈틸리케 “새 선수들 활약 좋았다”=슈틸리케 감독은 새로 합류한 선수들을 좋게 평가했다. 차세대 공격수로 관심을 모은 이정협은 국내 A매치에 처음으로 출전해 부지런히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끌어냈고, 2선 공격수들에게 공격 기회를 만들어 줬다. 하지만 전반 26분 헤딩슛 과정에서 머리를 다쳐 기성용과 교체됐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를 대신해 오른쪽 풀백으로 나선 정동호는 첫 A매치 출전에서 한 템포 빠른 압박 능력을 과시했다. 김보경은 자신의 포지션인 2선 공격수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서도 제 몫을 다했다. 전북에서 성숙한 기량을 뽐내고 있는 이재성도 무난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대한 결과는 아니지만 대표팀은 퇴보하지 않았다”면서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했다. 이들 덕에 대표팀 선수층이 두터워졌다”고 말했다.
대전=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슈틸리케호 끈적한 ‘늪축구’ 없었다
입력 2015-03-28 0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