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포스코건설 비자금이 국내에 유입된 뒤 ‘윗선’으로 이동한 경로를 파악했다. 협력업체 흥우산업이 부풀려진 베트남 공사 대금을 인출해 국내에 입국한 포스코건설 박모(52·구속) 전 상무에게 현금으로 전달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검찰은 박 전 상무가 이 돈을 받아 전달하는 심부름을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27일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포스코건설 베트남 법인장과 협력업체, 본사 지휘라인 및 당시 사장이던 정 전 부회장까지 모두 비자금 조성의 공범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수사팀을 인천 송도의 정 전 부회장 자택으로 보내 개인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조만간 정 전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할 만큼의 수사 진전이 있었다”며 “퍼즐을 맞춰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상무 등을 조사해 2009∼2012년 베트남 공사현장에서 40억원대 비자금이 조성돼 회사 고위층까지 전달되는 경로의 윤곽을 파악했다. 포스코건설 베트남 법인이 공사비를 부풀려 흥우산업 관리 계좌로 송금하고, 흥우산업 측이 국내에서 이 ‘웃돈’을 인출해 박 전 상무에게 현금으로 전달하는 식의 구조다. 박 전 상무는 한 차례에 10억원대가 넘는 뭉칫돈을 윗선에 배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흥우산업이 베트남에서의 계약을 주요 도급공사로 공시한 때는 2011년뿐이다. 흥우산업은 359억원을 수익으로 계상했다. 그해 초 베트남 공사의 계약 잔액은 368억원가량이었지만 하반기에는 144억원으로 줄었다. 이 시기에 뒷거래가 이뤄졌을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흥우산업 계열사 대표 등은 검찰 조사에서 이런 의혹을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비자금 횡령 과정에 토목환경사업본부장 최모(53) 전무, 김모(64) 전 부사장도 개입한 혐의를 두고 있다. 검찰은 지난 25일 최 전무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27일 김 전 부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전직 포스코그룹 경영진과 정관계 인사들의 연루 의혹 수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정 전 부회장을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과 이명박정부 시절 실세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지목하고 있다. 정 전 부회장은 포스코의 대표적 부실·특혜인수 사례로 꼽히는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인수 과정에도 등장한다. 성진지오텍은 2012년 3월 인도네시아 플랜트 회사로부터 공사를 수주했는데 이 사업 컨소시엄에 정 전 부회장의 처남이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이날 국내 컨설팅업체 I사 대표 장모씨에 대해 업무상횡령 및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장씨는 베트남 사업에 참여하려는 업체들을 위해 로비를 해온 인물로, 구속된 박 전 상무의 공범 격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지호일 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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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40억’ 흥우산업이 국내서 현금화 포착
입력 2015-03-28 0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