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개 상장사가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 ‘슈퍼주총데이’가 막을 내렸다. 12월 결산 전체 법인의 45% 수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주총은 대부분 기업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통과됐다. 소액주주 권익을 외치는 시민단체 등의 목소리를 묻히게 하려는 기업들의 ‘떼거리 주총’ 전략이 올해에도 여지없이 먹혀든 셈이다.
27일 엔씨소프트 주총은 분란 없이 마무리됐다. 최대주주 넥슨의 경영 참여 문제로 갈등이 예견됐지만 넥슨 측을 대표해 참가한 김정욱 전무는 김택진 대표의 재신임에 찬성했다. 이어 “넷마블게임즈 투자가 어떤 절차로 된 것인지 자료를 공개해 달라”고만 요구한 뒤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대한항공 역시 35분 만에 싱겁게 주총을 끝냈다. 한 주주가 “조현아 전 부사장 추태로 대한항공 이미지가 몰락했다”고 비판한 것 외에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조양호 회장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은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임원 퇴직금 기준을 변경해 부사장 이상에 대해 1년에 4개월분에서 성과에 따라 3∼5개월로 차등하고 회장은 1년에 6개월로 늘리는 안건도 통과됐다.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에서는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가 발행 주식 총수를 늘리는 정관 변경건 등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나 모두 원안대로 넘어갔다.
시민단체의 주주활동은 대세를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었지만 일부 성과는 있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중공업이 정몽준 전 의원 측근인 송기영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자 ‘이사회 독립성 결여’를 이유로 비판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송 변호사를 후보에서 제외하고 주총에서 유국현 김앤장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경제개혁연대는 KB금융지주 주총장에도 나타났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지주 사장 선임과 CEO 승계 프로그램을 확정짓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주 사장직은 천천히 따져 좋은 분이 있으면 모셔올 생각이고, CEO 승계 프로그램은 차기 이사진과 논의해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연임에 반대했지만 연임안은 이변 없이 통과됐다.
박은애 남도영 기자 limitless@kmib.co.kr
싱겁게 끝난 슈퍼주총데이
입력 2015-03-28 0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