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고 주장한 김국기(61)씨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중앙(총회장 조갑문 목사) 소속 목사인 것으로 27일 밝혀졌다. 교계는 김 목사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으로 급속 냉각됐던 남북관계에 북한의 우리 국민 2명 추가 억류라는 악재가 추가됐다. 2013년 10월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까지 포함해 북한 억류 국민이 3명으로 늘어남에 따라 정부의 부담이 더욱 커진 형국이다.
예장합동중앙은 총회회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에 억류된 2명 중) 김 목사는 2003년 중국 단둥에 파송됐다”며 “김 목사는 단둥에서 선교활동을 했을 뿐 간첩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목사는 단둥에서 탈북자 쉼터를 운영하며 탈북자와 꽃제비, 조선족들을 돌본 선교사”라며 “북한의 조치는 인권과 인도주의 정신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석방을 촉구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김 목사는 단둥에서 선교 중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도 북한이 우리 국민 2명을 ‘간첩 혐의’로 억류한 것과 관련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즉각 송환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성명에서 “사전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우리 국민 김 목사와 최춘길(56)씨를 억류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두 사람을 지체 없이 송환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북한 통일전선부에 전달하려 했으나 북측은 접수를 거부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반공화국 정탐·모략행위를 감행하다 적발 체포된 괴뢰 정보원 간첩 김국기, 최춘길의 국내외 기자회견이 26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들이 국정원에 매수돼 북한 정보를 수집, 제공하거나 북한 체제를 비방하는 활동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김 목사와 최씨에 대해 “미국과 괴뢰정보기관의 배후 조종과 지령 밑에 가장 비열하고 음모적인 암살수법으로 최고 수뇌부를 어째보려고 날뛴 극악한 테러분자들”이라고 비난했다.
보위부는 이들이 중국 현지인과 화교, 북한의 사사여행자(보따리상) 등을 첩자로 포섭해 돈을 주고 비밀정보를 수집했다며 “몇 푼의 돈 때문에 간첩질을 하고 있는 외국 국적자들에게도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이 단둥에서 국정원에 매수돼 간첩활동을 했으며, 북한 지도부를 비난하는 선전물을 제작·유포하고 북한 화폐를 위조했다고 말했다. 북한에 ‘테러지원국’ ‘위조지폐 제조국’이란 누명을 씌우고자 간첩 사건을 조작하고 가짜 위조 달러를 만들었다고도 했다. 국정원을 거론하도록 함으로써 국내 정치 상황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중국을 향해 북·중 접경지역에서 남한 정보기관의 활동을 제한해 달라는 요청의 성격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정원 관계자는 “두 사람은 국정원과 관련이 없으며 기자회견 내용도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유영대 기자 jse130801@kmib.co.kr
[이슈분석] 北, 남한 목사 등 2명 간첩 혐의 체포… 정부 “사실 무근 즉각 석방” 촉구
입력 2015-03-28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