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계에서 현대음악은 극소수를 위한 장르다. 너무 난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세기 초 아르놀트 쇤베르크에서 시작된 무조음악이 중심이 된 현대음악이 과연 현재 우리시대의 음악일까.
이 질문에 용감하게 답을 던지는 콘서트가 4월 11∼12일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중앙홀)에서 열린다. ‘라이트 나우 뮤직(Right Now Music) 2015 마라톤 콘서트’로 하루 8시간씩 콘서트가 이어진다.
콘서트에 참가하는 아티스트들 가운데 대표적인 팀은 뉴욕에서 온 ‘알람 윌 사운드(Alarm Will Sound) 앙상블(사진)’이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클래식 음악을 새롭게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틀간 개막과 폐막을 맡아 ‘라디오 리라이트(Radio Rewrite)’와 ‘트윈드(Twinned)’를 연주한다. ‘라디오 리라이트’는 미니멀리즘 음악의 아버지로 통하는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와 만난 뒤 재탄생시킨 곡이다. ‘트윈드’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거장 에이팩스 트윈의 13개 작품을 클래식 앙상블로 리메이크했다.
이외에도 고음악 악기로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독일의 앙상블 ‘U3’, 슬로베니아 출신 클래식 기타리스트 마크 그르기치와 한국 싱어송라이터 정재일의 합동공연, 전통악기 거문고와 현대음악의 만남을 추구하는 앙상블 ‘거문고팩토리’ 등 장르와 고정관념을 초월한 동시대 음악이 펼쳐진다.
여태껏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참신한 이 콘서트는 지난해 미국의 자유분방한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뉴욕 ‘뱅온어캔(Bang on a Can)’을 국내에 소개해 클래식계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던 작곡가 김인현이 기획했다. 뱅온어캔의 멤버 줄리아 울프(뉴욕 맨해튼 음대 교수)의 제자인 김인현은 “뱅온어캔이 1987년 뉴욕의 작은 갤러리에서 12시간짜리 마라톤 콘서트를 처음 연 뒤 매년 젊은 음악가들까지 가세해 마라톤 콘서트를 열고 있다”면서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수많은 관객이 찾고 아티스트들에게는 새로운 창작의 발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대학을 중심으로 한 제도권의 클래식이 너무 굳건해서인지 현대음악, 즉 동시대 음악이 자랄 토양이 부족하다”며 “공연 타이틀인 ‘라이트 나우’의 뜻처럼 바로 지금 이런 음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많은 분께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우정 서울대 작곡과 교수는 “클래식 공연장에 갇혀 있는 대부분의 소위 ‘현대음악’ 공연과 달리 음악의 진정한 현대성, 즉 동시대성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놀라운 기획”이라고 극찬했다.
장지영 기자
그들 만의 공연 아닌, 지금 우리의 클래식이 온다… 내달 11∼12일 하루 8시간씩 ‘마라톤 콘서트’
입력 2015-03-30 02:39